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마라탕의 얼얼함, 비밀은 '초피'… 과거 우리도 김치에 넣어 먹었죠

입력 : 2019.05.29 03:00

마라(麻辣)

'마라(麻辣) 중독증'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짜 중독은 아닙니다. 마라는 중국 사천요리의 얼얼하게(麻) 매운(辣) 맛을 뜻하는 표현. 처음엔 혀는 물론 입술까지 마비된 듯 얼얼한 매운맛이 낯설다 못해 기분 나쁠 정도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그 맛이 자꾸 생각나서 계속 찾아 먹을 만큼 중독성이 있다고 해서 생긴 말이랍니다.

마라 중독증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에서 특히 심각합니다. 이들은 "하루라도 마라탕〈사진〉을 먹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면서 '마라 혈중 농도' 같은 신조어까지 만들고 있어요.

마라탕
/게티이미지뱅크
마라는 화자오·고추·팔각·정향·후추·회향·두반장 등 다양한 향신료를 조합해 만드는데, 이 중 화자오(花椒)가 핵심입니다. 우리나라 매운 음식과는 다른 얼얼한 맛이 바로 화자오에서 나오거든요. 작고 동그란 모양이 후추와 비슷해서 서양에선 '사천 후추(Sichuan pepper)'라 부르기도 하죠.

사실 화자오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먹었습니다. 바로 초피나무 열매인 초피(椒皮)입니다. 엄격하게 구분하면 조금 다르지만, 화자오와 초피 둘 다 초피나무속이라 얼얼한 풍미가 거의 같습니다. 고추가 도입되기 전부터 김치 담글 때 매운맛과 방부효과를 위해 넣어왔지요. 추어탕에 넣어 먹기도 하고요.

최근 마라 열풍을 이끄는 음식은 '마라탕'입니다. 사골 등을 우린 육수에 마라 양념과 고기·채소·당면 따위 각종 재료를 넣고 끓입니다. 강렬한 자극, 푸짐한 양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죠.

또 '마라샹궈'는 마라 양념에 여러 재료를 국물 없이 볶은 요리입니다. 민물새우(롱샤)를 마라에 볶은 '마라롱샤'도 인기죠.

마라탕과 마라샹궈 등 마라 음식이 국내에 들어온 건 꽤 오래됐습니다. '서울 속 중국'이라 불리는 대림동 등에서 국내 거주 중국인 위주로 소비됐지요. 그러다 국내 대학에 중국인 학생이 많아지고, 교환학생으로 중국에서 마라 음식을 경험하며 즐기게 된 한국 젊은이들이 늘어나며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홍대 앞, 강남역, 건대입구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지역에 새로 들어서는 식당은 모두 마라탕집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마라 열풍이 거셉니다. 편의점, 치킨 프랜차이즈 등에선 마라 컵라면·치킨·떡볶이 등을 내놓고 있죠.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