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급한 약속 있을 땐 늘 빨간불? 우연인데 관련성 과장해 생각

입력 : 2019.05.24 03:09 | 수정 : 2019.05.27 16:36

착각의 상관성

기상청이 '비 올 확률 20% 미만'이라고 예보했는데 갑작스레 장대비가 쏟아져 허둥지둥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기상청 직원들이 단합대회 하기로 한 날은 꼭 비가 온다'는 농담도 있죠.

그런데 잠깐, 여기엔 생각해볼 거리가 하나 있어요. 이 사건들은 정말 연관이 있는 걸까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인과(因果)관계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두 사건이 원인과 결과 관계일 때 씁니다.

이와 달리 상관관계(correlation)라는 말도 있어요. 두 사건 사이에 관련이 있긴 하지만 어느 쪽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우울과 자존감은 상관이 있어요. 우울한 사람이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있죠. 그런데 우울 증상이 심해서 자존감이 낮아진 것인지, 아니면 자존감이 낮아서 우울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요.

"감기약을 먹으면 자꾸 몸이 늘어져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비슷해요. 물론 감기약 안에 졸음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몸이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피곤하기도 하죠. 꼭 감기약을 먹어서 피로감을 느끼는 게 아닐 수 있는데도, 감기약을 먹은 시간과 피로감 느끼는 시간이 겹치니 둘 사이에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지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도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어요. 우연한 두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지만 까마귀가 날아올랐기 때문에 배가 떨어진 건 아닌 것이죠.

착각의 상관성

간혹 어르신들이 "팔다리가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겠네"라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이 15개월 동안 다양한 기후 조건과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관계를 연구해보니 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었어요. 비 온다고 더 아프고, 날이 맑다고 덜 아픈 건 아니었다는 거죠.

착각의 상관성 일러스트
/그림=박다솜

이렇듯 사람들은 두 개 이상의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면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거라고 추정하는 경향이 있어요. 심리학자 로렌 채프먼은 이를 '착각의 상관성(illusory correlation)'이라고 불렀어요.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는데 사건들 간의 관련성을 지나치게 과장할 때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가게에서 계산할 때 자신이 서 있는 줄보다 항상 옆줄이 더 빨리 줄어든다' '바쁠 때는 항상 신호등이 빨간불이다' 같은 머피의 법칙이 대개 여기 해당됩니다. 신호등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인데도 우리는 정신없이 바쁠 때 쳐다본 빨간 신호등만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이죠.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착각의 상관성은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과도 연관이 있어요. 부정확한 믿음을 한번 갖게 되면 자기 믿음을 지지하는 증거만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경향성이죠.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은 그래서 '거봐, 내 말이 맞잖아'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다. 이러한 확증 편향은 인간이 지닌 불완전성에 기인해요.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 처리 능력과 제한된 시간 내에서 판단을 할 때가 많아서 나름대로의 지름길을 찾기 마련인데, 이때 오류가 발생하는 거지요.

면밀하게 분석하거나 합리적으로 따지기보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으로 이어질 때가 많답니다. 이러한 확증 편향이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위약 효과, 약 비쌀수록 효과 커

의사가 감기 환자에게 감기 치료와 직접 관련성이 없는 단순한 소화제를 주면서 이 약이 감기를 낫게 해줄 거라고 얘기하면 상당수 환자가 실제로 증상이 호전됩니다. 이를 '위약 효과' 혹은 '속임약 효과(placebo effect)'라고 해요. 수술 받은 환자의 약 30%가 위약 효과를 느꼈다는 연구도 있어요.

이러한 위약 효과 역시 착각의 상관성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어떤 약 복용과 증세 호전 간의 관련성을 과대평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약을 사용한 환자가 의사의 전문성을 더 믿을수록, 약이 비쌀수록, 환자가 순진할수록 위약 효과는 더 커진다고 해요.



이동귀·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