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인공위성 1만개 쏴 인터넷망 구축… 남극·사막도 연결

입력 : 2019.05.23 03:00

[스타링크 프로젝트]
美 우주 개발업체 스페이스X "10년 내 위성으로 인터넷망 만들 것"
진공상태서 정보 '빛의 속도'로 이동… 지상보다 속도 두 배 빨라진대요

일론 머스크(Musk·48)가 경영하는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10년 안에 지구 곳곳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위성망을 만들겠다고 나섰어요. 스페이스X는 지난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인공위성 60기를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릴 계획이었는데, 장비 점검 등으로 발사는 연기됐어요.

이번 실험은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이르면 오는 2024년까지 1만2000여 개의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335~1325㎞) 상공에 쏘아 올려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죠. 머스크는 왜 이렇게 많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인터넷망을 구축하려고 하는 걸까요?

지구 어디서나 인터넷

얼마 전 5G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인터넷 연결망 기준으로 세계 선두권이에요. 그렇지만 지구 전체를 보면 여전히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나라가 많아요. 페이스북이 내놓은 '2019 인터넷 포용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구 중 45.2%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저개발 지역인 남반구에서 인터넷 접속이 어렵죠. 머스크는 "오늘날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못한 사람이나, 연결은 돼 있더라도 매우 비싸게 이용해야 하는 사람을 위해 스타링크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재미있는 과학] 인공위성 1만개 쏴 인터넷망 구축… 남극·사막도 연결
/그래픽=안병현
사실 IT 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당장 높은 산을 오르거나 배를 타고 연안을 벗어나면 인터넷이 끊깁니다. 아프리카와 남미를 포함한 저개발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죠. 현재 인터넷은 광(光)케이블을 통해 기지국과 기지국을 연결해 이뤄지고 있어요. 이 방식은 사용자가 거의 없는 사막, 산지 같은 곳에는 광케이블을 깔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죠.

반면 '스타링크' 같이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이 가능해지면 광케이블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이 가능해져요. 나라별로 인터넷 인프라를 까는 사업이 이뤄졌지만 그럴 필요도 없죠. 이렇게 되면 인터넷망이 열악한 남극, 사막 등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해지는 거지요. 해발고도 8000m에서 순항하는 비행기에서도, 태평양 한가운데 요트 위에서도요. 스타링크는 이런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위성 약 1만2000개를 우주에 띄울 계획이에요.

우주는 진공상태…데이터 전송도 빨라

지상 인터넷은 정보를 광케이블을 통해 전달합니다. 그런데 우주에서 데이터를 보내면 지상의 광케이블보다 더 빨리 정보가 이동합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컴퓨터공학과의 마크 핸들리 교수는 "스페이스X의 우주 인터넷은 지상보다 두 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어요. 진공상태인 우주에서는 정보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쉽게 설명해 볼게요. 예를 들어 서울과 뉴욕은 약 1만1000㎞ 떨어져 있어요. 바다 밑에 깔린 해저 광케이블이 신호를 운송하죠. 하지만 광케이블 안에서는 빛의 속도가 3분의 1가량 줄어들어요. 또 전송된 신호가 수신지에 도착할 때까지 많은 중계기(라우터)를 거쳐야 하는데, 중계기마다 수신된 정보의 형태를 파악하고 수신지를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시간 지연이 발생하죠. 인터넷 속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예요.

하지만 우주에는 장애물이 없죠. 그래서 빛의 전달 속도와 최대한 근접하게 인터넷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져요.

스페이스X가 예정대로 1만2000개 위성을 모두 전개하면 1Gbps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 4G 최대 속도(1Gbps)를 능가하는 빠른 속도의 인터넷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외에도 세계 주요 IT 기업이 위성 인터넷에 관심을 쏟고 있어요. 아마존의 '카이퍼(Project Kuiper)',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원웹(Oneweb)' 등도 위성을 통해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서비스하기 위해 추진 중이죠. 스페이스X는 계획대로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면 2025년 약 300억달러(약 36조원) 매출을 올릴 것이라 추산하고 있어요.


[지구와 화성 사이 무선통신… 위성 인터넷망으로 더 빨라질까?]

현재 우주에서도 무선통신이 가능해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도 무선통신으로 정보를 주고받지요. 그렇지만 속도가 초당 4000바이트 정도에 그칩니다. 최근 상용화된 5G 무선통신의 최대 속도 20Gpbs(초당 25억 바이트)에 비하면 500만분의 1수준이죠. 사진 한 장을 전송받는 데도 한없이 기다려야 하지요.

이렇게 지구와 화성 사이에 통신 속도가 느린 까닭은 지구와 화성 사이 거리가 2억2500만㎞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화성 개척을 꿈꾸는 머스크는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를 기반으로 화성까지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합니다. 그는 지구에서 쏜 신호를 더 강력하게 화성에 직접 전송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요.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감수=구철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