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처음엔 '무역기지'로 개척… 17세기 '노예 보급기지'됐죠

입력 : 2019.05.22 03:00

[아프리카의 식민지 역사]
15세기 포르투갈, 인도와의 무역 위해 식민지화하자 영국·프랑스 등도 진출
17~19세기 1500만명 사냥하듯 잡아 브라질·서인도제도 등에 노예로 보내

얼마 전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피랍된 한국인이 구출됐죠. 지난 13일에는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기독교 신자들이 이슬람 무장 테러 집단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격으로 피살당하기도 했어요. 프랑스 식민지였던 부르키나파소는 국민의 30%는 가톨릭 신자, 60%는 이슬람교 신자입니다.

사실 서부의 라이베리아와 동부의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아프리카의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유럽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독립했어요. 부르키나파소 인근 국가인 말리, 니제르, 알제리 모두 프랑스의 식민지였죠. 앙골라, 모잠비크는 포르투갈 식민지였고요. 콩고민주공화국은 벨기에 땅이었습니다.

세네갈 식민군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세네갈 식민군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프랑스는 식민지 세네갈 출신 원주민을 군에 입대시켜 아프리카 다호메이 왕국과의 전쟁에 투입합니다. /위키피디아
그래서 아직도 식민 지배 당시 영향이 남아 있죠. 공용어로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을 사용하는 나라가 많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도 많은 것처럼요. 그러나 제국주의 열강 국가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대로 그어 놓은 국경선 때문에 한 국가 안에서 부족 간의 분쟁이 계속됐어요. 최근에는 정세가 불안한 아프리카에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가 침투해 테러 위협에 떨게 하고 있어요. 아프리카의 슬픈 역사를 알아볼까요?

인도로 가기 위한 '보급기지'

아프리카에 가장 먼저 식민지를 개척한 유럽 국가는 포르투갈이었어요. 포르투갈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는 데 적극적이었어요.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1488년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인 희망봉에 도착했고, 1498년에는 바스쿠 다 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 서부에 도착하는 항로를 개척했어요. 무역기지로서 아프리카가 꼭 필요했던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서부의 적도기니, 앙골라와 동부의 모잠비크 등을 식민지로 삼았어요.

16세기 전반부터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도 아프리카에 진출했어요. 다만 이때까지는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 내륙까지 진출하지 않고 해안에 머물렀어요.

17세기부터 '노예 보급기지' 돼

유럽 열강이 분할 점령하고 있는 아프리카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를 발견하면서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에 알려집니다. 이 발견은 17세기 후반 아프리카에서 노예무역이 성행하게 하는 뜻밖의 부작용을 낳았어요. 왜일까요?

당시 스페인 등은 아메리카에서 원주민을 동원해 사탕수수, 담배, 커피 등을 대규모로 경작했어요. 그런데 유럽인이 아메리카에 전염병을 옮기면서 원주민 수가 급격히 줄었죠. 일손이 모자라자 열강은 아프리카인을 붙잡아 노예로 삼기 시작합니다.

노예 상인들은 서남아프리카인들을 사냥하듯 붙잡아 불에 달군 낙인을 찍은 뒤 노예선에 태웠어요. 17~19세기 동안 약 1500만명이 붙잡혀 노예가 됐다고 해요. 500만 명이 브라질로, 450만명이 서인도제도로 끌려갔다고 해요.

유럽이 정한 '아프리카 분할 원칙'

19세기 제국주의가 유럽을 휩쓸면서 열강은 각종 자원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유럽 국가끼리 갈등을 빚기도 했어요.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가 콩고강 유역에서의 소유권을 주장하자 먼저 콩고강 주변에 진출해 있던 프랑스, 포르투갈 등이 반발한 사건이 대표적이죠. 결국 유럽 열강은 베를린 회의(1884~1885)를 열고 '아프리카 분할 원칙'을 정했어요. 아직 점령되지 않은 곳은 먼저 교역로를 확보하거나 원주민과 협약을 맺는 등 '실효적 지배'를 한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원칙이었죠.

이 원칙은 유럽 국가들의 경쟁심을 부추겼고 아프리카의 식민지화는 더욱 본격화됐지요. 20세기 초에는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지역이 식민지화되어요. 아프리카 국가들은 20세기 중반이 지나서야 독립할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요. 빈곤도 심하고 치안 상태도 좋지 못하죠.


[아프리카에 이슬람교가 많은 이유]

7세기 아라비아반도에서 이슬람교가 창시되고 이슬람 세력이 북아프리카를 침략하면서 이집트 지역에 파티마 왕국, 아이유브 왕국 등 이슬람 왕조가 들어섭니다.

이슬람 상인들은 사하라 사막을 건너 지중해와 서아프리카를 잇는 교역로를 개척했는데, 아프리카 서부에서 무역과 금광으로 번영했던 아프리카의 말리 왕국, 송하이 왕국 등이 모두 이슬람 문화 영향을 받습니다. 또 인도양과 통하는 동부 아프리카 해안가에는 아랍 상인들이 무역 거점 기지로 삼은 도시들이 번성했어요.

지금도 아프리카에 이슬람교 신자가 많은 이유랍니다.


윤서원 서울 성남고 역사교사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