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기네스북 최고 시속 426㎞… 골프공·테니스공보다 훨씬 빨라

입력 : 2019.05.21 03:05

배드민턴 셔틀콕

구기 스포츠에 쓰이는 공 중에서 순간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일까요?

골프공, 테니스공, 아이스하키 퍽 등이 떠오르겠지만 뜻밖에 정답은 배드민턴 셔틀콕입니다. 2017년 기네스북에 오른 최고 속도가 무려 시속 426㎞입니다. 이건 공식 경기 중에 나온 기록이고 비공식 촬영 때는 시속 490㎞까지 나온 적도 있다고 해요. 골프공(시속 350㎞), 테니스공(시속 263㎞) 퍽(시속 170㎞) 등은 셔틀콕에 못 미치죠.
셔틀콕은 코르크에 거위나 오리 날개 깃 16개를 붙여 만듭니다.
셔틀콕은 코르크에 거위나 오리 날개 깃 16개를 붙여 만듭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셔틀콕은 생김새부터 독특해요. 반구형의 코르크에 깃털 여러 개가 꽂혀 있습니다.

셔틀콕은 배드민턴이라는 종목보다 먼저 만들어졌어요. 배드민턴이 지금 형태로 정착된 건 19세기 영국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배드민턴이 생기기 훨씬 전인 16세기 무렵부터 '배틀도어와 셔틀콕(Battledore and Shuttlecock)'이라는 스포츠가 유행했어요. 라켓과 셔틀콕으로 하는 캐치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 사람이 라켓으로 셔틀콕을 땅에 떨어트리지 않고 계속해서 주고받는 게임이었다고 해요. 여기에 네트가 생기는 등 변화가 생기면서 지금 배드민턴으로 진화했지요.

다시 셔틀콕으로 돌아가면, 셔틀콕이란 이름은 베틀의 '북(shuttle)'과 '수탉(cockerel)'이 합쳐져서 나온 단어입니다. 북은 천을 짜는 베틀의 핵심 부품으로 좌우로 반복해 움직이며 원단을 만들죠. 이때 반복해 움직이는 모습이 서로 공을 주고받는 모습과 비슷했다는 겁니다. '콕'은 수탉에서 나왔는데요, 셔틀콕에 붙어 있는 깃털이 수탉 꼬리털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셔틀콕은 수탉 꼬리털을 꽂아서 만들었거든요. 다만 현대에는 닭털은 쓰지 않고 거위나 오리 깃털을 씁니다. 깃털로 만들고 날아간다고 해서 '작은 새(birdie)'라고 부르기도 해요.

셔틀콕은 깃털 16개를 묶어서 만듭니다. 새는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 깃털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셔틀콕을 만들 때는 왼쪽 날개 깃털을 썼으면 왼쪽 날개 깃털만, 오른쪽 깃털을 썼으면 오른쪽 날개 깃털만 씁니다. 날개깃이 한 방향으로 통일돼 있어야 셔틀콕이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날아가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거위 왼쪽 날개깃이 최고 재료로 꼽힙니다. 쳤을 때 제일 잘 뻗는다고 해요.

셔틀콕 재료로 적합한 깃털은 거위나 오리 한 마리당 평균적으로 12~14개뿐이라고 합니다. 깃털 16개가 필요하고, 왼쪽 오른쪽도 따져야 하니 더 까다롭죠. 평균적으로 셔틀콕 2개를 만드는 데 거위 또는 오리 3마리의 날개깃이 필요합니다.

국제 시합에서는 한 게임당 셔틀콕을 많이 쓰면 36개까지도 쓴다고 합니다. 올림픽 시합 한 경기를 치르려면 거위 50마리의 깃털이 필요한 셈입니다. 날개깃은 살아 있는 거위나 오리에서 뽑는데, 그래서 동물보호단체가 플라스틱 셔틀콕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최의창·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