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새는 왜 변기에 똥을 안 싸?" 손녀 童心에 할머니의 대답은?

입력 : 2019.05.17 03:07

손녀와의 대화 ―조연순 지음

"할머니, 8층 사는 할아버지는 왜 18층에 사는 우리보다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버튼 보면 8층이 18층보다 더 높잖아."

손녀 수빈이는 할머니에게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요. 그건 이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 때문입니다. 왼쪽은 1층부터 12층까지, 오른쪽은 13층부터 24층까지 두 줄로 버튼이 늘어서 있었던 거죠. 수빈이는 엘리베이터 버튼의 높고 낮음이 아파트 층 높이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손녀와의 대화' 책 속 일러스트
/학지사

퇴직하고 4년 동안 손녀를 돌봤던 초등교육과 명예교수가 손녀가 던지는 깜찍한, 그러나 곱씹어보면 심오한 질문을 엮어 책으로 펴냈어요. 처음 만났을 때 만 3세였던 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나눈 이야기입니다.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는 질문이 가득합니다. "언제부터 겨울이야?" "그림자는 왜 자꾸 날 따라와?" "새는 왜 똥을 변기에 안 싸?" "나무는 생각할 수 있어?" 같이요.

이런 질문은 초등학교 3~4학년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상상력보다는 사실관계를 따져서 생기는 변화라고 해요. 또 어른들이 '정답'이라 생각하는 것에 사고 틀을 맞추면서 질문이 줄어들기도 하지요.

이 책은 그래서 조금 조숙한 친구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기도 합니다. 한때 수빈이처럼 온갖 질문을 던졌다는 걸 기억하고, 그런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면서 더 많은 걸 알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될 테니까요.

저자는 "어른의 정답에 맞추면서 자기 생각을 잃어가지 않도록 격려해야 창의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린아이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참고하기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