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사탕수수즙 그대로 졸여 만들었죠… 흑설탕과 맛 다르지만 영양분 비슷

입력 : 2019.05.15 03:00

흑당

흑당(黑糖)이 올여름 식음료 업계를 강타했습니다. 흑당 시럽을 끼얹은 대만 버블티가 인기를 끌자 빙수, 아이스크림, 커피 등 브랜드마다 흑당을 쓴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어요. 일반 설탕보다 깊고 풍부한 맛도 맛이지만, 영어로 '블랙 슈거(black sugar)'라고 부를 만큼 검정에 가까운 짙은 갈색 흑당 시럽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그야말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하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래머블이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좋을 만큼 시각적으로 매력적이라는 뜻의 신조어랍니다.

흑당
/타이거슈가
백설탕은 사탕수수에서 짜낸 즙을 석회 등을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원심분리기로 설탕 결정과 당밀을 분리하는 단계를 거쳐 원당(原糖)을 제조하고, 이 원당을 정제해 만듭니다. 사탕수수즙이 본래 가지고 있는 황갈색이 당밀과 함께 제거돼 흰색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미네랄, 비타민 같은 다른 영양 성분과 섬유질이 빠지면서 순수한 단맛만이 남게 됩니다.

반면 흑당은 사탕수수즙을 짜서 그대로 끓이고 졸여 덩어리 또는 가루 형태로 만든 비(非)정제당입니다.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 사탕수수즙 본연의 황갈색이 남아 농축되면서 검정에 가까운 짙은 색상을 띱니다. 영양 성분도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에 순수한 단맛이 나는 정제당과 달리 복합적인 맛을 품고 있어요.

비정제당인 흑당은 정제당인 흑설탕이나 황설탕과 전혀 다릅니다. 황설탕은 백설탕을 가열해 갈변 현상을 통해 황색이 되도록 가공한 것이고, 흑설탕은 황설탕에 캐러멜 색소나 흑당을 조금 넣어 더 진한 색을 낸 것입니다. 그래서 흑설탕 원재료를 살펴보면 원당과 함께 캐러멜 또는 흑당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사탕수수즙 본연의 맛을 살렸으니 흑당이 정제당(백설탕, 황설탕, 흑설탕)보다 영양분이 많다고 합니다. 다만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흑당이 일반 설탕보다 영양 성분이 더 들어 있는 건 맞지만 극히 소량"이라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흑당의 인기는 식음료 업계를 넘어 일반 가정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주로 흑당 시럽 형태로 먹는데요, 요구르트·프렌치토스트·푸딩에 시럽을 뿌려 먹어요. 또 흑당과 납작하게 썬 무·생강을 1대1 비율로 병에 담고 뚜껑을 덮어 냉장고에 하루쯤 두면 맛있는 흑당차(茶) 원액이 됩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