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2차대전 후 헌법 따라 전수방위… 아베 "이제 법 바꾸자"
입력 : 2019.05.15 03:00
[일본 평화헌법]
1947년 美 요구로 시행된 헌법… 전쟁 일으키지 못하게 무력행사 금지
지난 1일 아키히토 일왕의 뒤를 이어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했어요. 선왕 아키히토는 1989년 즉위하면서 "전쟁 불가 조항을 담은 현행 헌법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나루히토는 헌법을 지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요.
평화헌법이라 부르는 일본 헌법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논란이 계속되는 걸까요?
◇패전이 낳은 '평화헌법'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일본은 20세기 초 한국을 식민지로 삼은 뒤 중국을 침략했어요. 이어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탈리아와 동맹을 맺고 동남아 각국과 미국 하와이를 공격했죠. 그러다가 미국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면서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합니다.
평화헌법이라 부르는 일본 헌법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논란이 계속되는 걸까요?
◇패전이 낳은 '평화헌법'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일본은 20세기 초 한국을 식민지로 삼은 뒤 중국을 침략했어요. 이어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탈리아와 동맹을 맺고 동남아 각국과 미국 하와이를 공격했죠. 그러다가 미국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면서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합니다.
- ▲ 지난 3일 일본 도쿄 한 공원에서 '평화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일본인 수만명이 집회를 열었어요. 5월 3일은 1947년 평화헌법이 처음 시행된 날입니다. /교도 연합뉴스
이에 따라 미군정이 3년째 이어지던 1947년 지금의 일본 헌법이 만들어져 시행됐어요. 특히 제9조가 중요해요. 일본 헌법 9조 1항은 '일본은 국권을 발동하는 전쟁,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 2항은 '육·해·공군 기타 전력은 보유하지 않고,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두 조항에는 '다른 나라가 일본을 먼저 침략하지 않는 한 일본이 다른 나라를 먼저 치는 건 포기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어요. 군대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것도 그 때문이죠. 이 헌법을 '평화헌법'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냉전이 만든 '자위대'
하지만 평화헌법이 생기자마자 세계는 뜻밖의 사태에 휘말립니다. 중국과 북한이 잇달아 공산화된 데 이어 1950년 북한이 소련의 지원을 받아 6·25 전쟁을 일으켰거든요.
미국과 소련은 냉전에 돌입했죠. 미국은 아시아 지역이 전부 공산화되지 않도록 한국과 일본을 지켜야겠다고 판단했어요. 한국을 방어하려면 일본을 미국의 군사기지로 활용해야 했지요.
6·25 전쟁 발발 두 달 뒤 일본 정부는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경찰 예비대를 창설했어요. 이어 남북이 휴전협정을 맺은 지 1년 뒤인 1954년 이를 자위대로 개편합니다. 자위대는 '자기 방어를 위한 병력'이란 뜻이에요. 평화헌법 조항 때문에 공격은 못하고 수비만 할 수 있는 부대를 만든 겁니다. 이를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이라고 하죠.
시간이 흐르면서 자위대는 예산도, 전력도 여느 나라 군대 못지않은 조직으로 성장했어요. 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군대'라고 하는 순간 위헌이 되는 얄궂은 위치지요.
◇'보통국가'가 되고 싶다는 아베 총리
전쟁에 지친 일본 국민은 처음에 평화헌법을 환영했어요. 하지만 우익 정치인·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일본도 언젠가 평화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어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중 한 명입니다. 이들은 "일본이 옛날처럼 전쟁을 일삼는 나라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자위대의 존재와 역할을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라고 일본 국민을 설득하고 있어요.
10여년 전만 해도 일본 사회에는 '그런 주장은 과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중국이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고,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아베 총리의 주장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지요.
일본은 '보통국가화'라는 표현을 씁니다. 일본도 다른 나라처럼 군대를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일본 입장에서는 '독일도 군대가 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지요.
[평화헌법 전엔 일왕이 군 통솔]
일본의 정식 이름은 '일본국'이에요. 1947년 평화헌법이 나오기 전에는 '일본제국'이었죠. 그 시절의 헌법을 '메이지 헌법'이라고 불러요. 메이지 일왕 재위 시절 제정됐기 때문이지요.
이 헌법은 일왕에게 상당한 힘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왕이 통치한다'(1조) '일왕은 신성하다'(3조) '일왕은 육해군을 통수한다'(11조)는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일본이 2차대전에 서 패한 뒤 쇼와 일왕은 난처한 입장이 됩니다. 군 통수권자로서 자칫하면 전쟁 책임을 지고 전범이 될 위기였어요. 미군정은 일왕에게 전쟁 책임을 묻지 않는 대신 실권을 빼앗고 상징적인 지위만 갖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