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파란 장미 이어 파란 국화도… 유전자 변형해 만들었죠
입력 : 2019.05.09 03:00
[꽃의 색깔]
국화에는 파란색 유전자가 없어서 나비콩꽃 등에서 추출한 유전자 넣어
19세기 멘델이 '우열의 원리' 발견
보라 완두꽃과 흰색 완두꽃 교배하면 우성인 보라색 유전자만 발현된대요
요즘 경기도 고양에서는 제13회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열리고 있어요. 1997년 시작된 국내 최대 규모의 꽃 축제랍니다. 널찍한 야외 공원에 다양한 주제로 1억 송이의 꽃이 전시돼 있죠.
특히 피튜니아, 한련, 디기탈리스, 사계 국화 등 5만 송이의 꽃으로 이뤄진 평화의 여신상이 화제예요. 평화의 여신상은 빨간색 머리카락, 흰색 윗옷, 분홍색·주홍색 치맛자락을 꽃으로 표현했어요. 식물은 어떻게 이렇게 다채로운 꽃을 피워내는 걸까요?
◇꽃 색깔은 유전 영향
꽃 색깔은 색소 물질에서 옵니다. 대표적으로 플라본 색소는 크림색을, 안토시아닌 색소는 빨강·보라·파랑 등을, 카로티노이드는 노란색과 주황색을 만들어냅니다. 식물이 어떤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꽃 색깔도 바뀝니다. 유전자에 따라 꽃 색깔을 타고나는 것이죠. 우리가 부모님의 키, 쌍꺼풀, 머리카락 색 같은 특징을 물려받는 것처럼 식물은 꽃 색깔을 어버이에게서 물려받아요.
특히 피튜니아, 한련, 디기탈리스, 사계 국화 등 5만 송이의 꽃으로 이뤄진 평화의 여신상이 화제예요. 평화의 여신상은 빨간색 머리카락, 흰색 윗옷, 분홍색·주홍색 치맛자락을 꽃으로 표현했어요. 식물은 어떻게 이렇게 다채로운 꽃을 피워내는 걸까요?
◇꽃 색깔은 유전 영향
꽃 색깔은 색소 물질에서 옵니다. 대표적으로 플라본 색소는 크림색을, 안토시아닌 색소는 빨강·보라·파랑 등을, 카로티노이드는 노란색과 주황색을 만들어냅니다. 식물이 어떤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꽃 색깔도 바뀝니다. 유전자에 따라 꽃 색깔을 타고나는 것이죠. 우리가 부모님의 키, 쌍꺼풀, 머리카락 색 같은 특징을 물려받는 것처럼 식물은 꽃 색깔을 어버이에게서 물려받아요.
- ▲ /그래픽=안병현
먼저 그는 보라색 완두꽃끼리 교배하면 자손도 보라색 꽃을, 흰색 완두꽃끼리 교배하면 자손도 흰색 꽃을 피운다는 걸 알아냈어요. 이어 멘델은 보라색 꽃을 피우는 유전자만 가진 완두와 흰 꽃만 피우는 완두를 교배했어요. 첫 번째 자손 세대에는 모두 보라색 완두꽃이 피었어요. 보라색 꽃 유전자와 흰 꽃 유전자가 만나자 우성인 보라색 꽃의 특징이 표현된 거지요. 이들을 다시 교배했더니 두 번째 세대에서는 네 송이 중 세 송이꼴로 보라색 꽃이, 한 송이꼴로 흰색 꽃이 피어났어요. 보라색 겉모습 아래 흰색 유전자를 숨기고 있던 꽃들끼리 만나 흰 꽃이 피어난 거예요.
◇땅에 따라 파랗게도, 빨갛게도 피는 수국
하지만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하는 건 아니에요. 주변 환경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지는 대표적인 식물이 수국입니다. 수국은 처음 꽃봉오리가 생길 때는 하얀색이지만 땅이 얼마나 산성이냐에 따라 차차 색이 바뀐답니다.
수국은 안토시아닌 색소를 갖고 있는데, 안토시아닌은 알루미늄 이온과 결합하면 파란색을, 알루미늄 이온이 없는 경우에는 붉은색을 냅니다. 흙이 산성일수록 알루미늄 이온이 잘 분리돼 수국으로 흡수됩니다. 그래서 토양이 산성이면 수국은 파란색 꽃을 피우고, 알칼리성이면 붉은색 꽃을 피워요.
◇'파란 꽃'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과학자들은 인공적으로 원하는 꽃 색깔을 내는 법을 연구해왔어요. 2010년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장미 '딥퍼플(Deep Purple)'을 개발해 지금까지 19국에 436만 주 판매했어요. 줄기에 가시가 없고, 연분홍과 진분홍으로 이뤄진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게 특징입니다.
영어로 '파란 장미(blue rose)'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뜻하는 숙어예요. 자연에 붉은 장미는 있어도 파란 장미는 없으니까요. 실제로 학자들은 장미에는 파란색을 나타내는 색소가 없어 파란 장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어요.
일본과 호주 공동 연구진이 이런 상식에 도전했어요. 이들은 2004년 파란 장미를 만들어내 큰 화제를 일으켜요. 연구진은 유전공학 기술로 붉은 장미에서 붉은 색소를 내도록 하는 유전자가 발현하지 못하게 한 뒤, 팬지꽃에서 추출한 파란색 색소 유전자를 장미에 옮겨왔어요. 그 결과, 완전히 파란색은 아니지만 푸르스름한 보라색 장미가 피어났어요.
2017년에는 비슷한 방법으로 일본 연구진이 분홍 국화에 초롱꽃과 나비콩꽃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넣어 파란색 국화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꽃박람회에 전시된 장미 중에는 알록달록 무지개 색깔 꽃잎을 가진 장미도 있어요. 남미 에콰도르에서 온 이 장미의 비밀은 염색이랍니다. 그래서 이 무지갯빛은 자손에게 전달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언젠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무지개 장미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분꽃은 붉은 꽃과 흰 꽃 있는데 교배하면 분홍색 꽃이 피기도]
완두는 흰색 아니면 보라색 둘 중 한 가지 색깔로 꽃을 피워요. 멘델은 이걸 보고 우성과 열성을 발견했죠.
그런데 두 꽃이 섞여서 연보라색 꽃이 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1903년 독일 식물학자 코렌스가 분꽃을 연구하다 이런 현상을 발견했어요. 분꽃은 붉은색 꽃과 흰 꽃이 있는데 교배하면 분홍색 꽃이 피기도 했어요.
코렌스는 분꽃이 완두와는 달리 꽃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 간에 우성과 열성 관계가 뚜렷하지 않아 두 유전자를 모두 가진 잡종은 분홍색이 된다는 걸 알아냈어요. 이른바 '중간유전' 현상이지요. 이후 연구에서 우성의 특징이 완전히 나타나지 못한 불완전우성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