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대부분 스포츠는 反시계 방향… 지구 자전 방향 때문이란 說도

입력 : 2019.05.07 03:05

트랙 도는 방향

지난달 25일 2019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카타르 도하에서 막을 내렸어요. 200m, 800m 등 달리기 경주에서 선수들은 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돕니다. 국제육상연맹(IAAF)이 '달리는 방향과 걷는 방향은 왼손이 안쪽으로 되도록 한다'(시합 규정 163조 1항)고 정해놨거든요.

사실 근대 올림픽 초기에는 시계 방향으로 뛰고 돌았어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 것은 1908년 4회 런던올림픽부터입니다. 1950년대가 되어서야 전 세계적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완전히 통일됐고요. 경마, 자동차, 자전거,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른 경주 종목도 대부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돕니다. 심지어는 야구 베이스도 그렇죠.
선수들이 여자 200m 경주에서 코너를 돌아 나오고 있어요. 육상·자전거 등 대부분 종목은 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돕니다.
선수들이 여자 200m 경주에서 코너를 돌아 나오고 있어요. 육상·자전거 등 대부분 종목은 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돕니다. /남강호 기자
어떤 이유로 시계 반대 방향이 대세가 됐을까요? 놀랍게도 정확히 왜 이런 규정이 생겼는지는 확실치 않아요. 다양한 추측이 있을 뿐이죠.

먼저 천문학적인 이유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지구는 태양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달은 지구를 반시계 방향으로 돕니다. 금성을 제외한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태양의 왼쪽으로, 즉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요. 지구의 자전 방향도 시계 반대 방향이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게 자연스럽다는 겁니다.

또 북반구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뛸 때 코리올리 힘(전향력)에 따라 기록상 시간적 이득이 생긴다는 주장이 있어요. 지구 자전이 영향을 줘서 북반구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뛸 때,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뛸 때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다만 사람이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힘이라 그 영향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요.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시계 반대 방향으로 뛴다는 주장도 있지요. 약 90%의 사람들이 오른손·오른발잡이입니다. 오른쪽 손발이 힘이 더 강해요. 트랙 코너를 돌 때 코너 바깥쪽 발이 안쪽 발보다 더 먼 거리를 뛰게 됩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뛰면 안쪽 발은 왼발, 바깥쪽 발은 비교적 강한 오른발이 돼 달리기에 유리하죠.

역사적 전통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그리스·로마 시대 전차 시합이 벌어지던 시절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는 겁니다. 이후 이것이 관례가 됐다는 거지요.

아직 어떤 특정한 설(說)도 결정적인 이유로 확인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이런 문학적인 해석도 있어요.

미국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을 '시계 방향을 거스르는(counterclockwise)' 영국에서는 '시계 방향에 맞서는(anti-clockwise)'이라고 씁니다. 달리기는 얼마나 더 빠른지를 겨루죠. 메달 색깔은 선수들 사이의 순서로 결정되지만, 신기록은 시간이 결정합니다. 달리기는 시간과의 싸움,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다는 뜻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는 겁니다.



최의창·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