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환기 안하고 공기청정기만 오래 틀면 어지럼증 올 수도

입력 : 2019.05.02 03:00

[실내 공기 오염]
사람이 숨 쉬며 내뿜는 이산화탄소, 환기 안하면 졸음·불쾌감도 유발해
요리·청소·뛰어놀 때 미세먼지 생겨
초미세먼지는 바닥 청소만으로 '매우 나쁨'서 '보통' 수준까지 낮아져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 왔지만 초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이면 외출을 꺼리게 돼요. 이런 날은 집 창문을 열기도 망설여지죠. 바깥 초미세 먼지가 집 안으로 들어올까봐요.

그런데 실내 공기는 과연 바깥보다 안전할까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700만명이 넘는데, 이 가운데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430만명이라고 해요. 실내 공기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현대인은 밖에서보다 회사·학교·집 등 건물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실내 공기 중 미세 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겠죠.

실내 미세 먼지 어디서 오나

미세 먼지는 마이크로미터(㎛)란 단위를 써요. 100만분의 1m를 뜻하죠. 실내 미세 먼지는 가정에서 요리할 때, 옷을 갈아입거나 털 때, 아이들이 뛰어놀 때 발생합니다.

[재미있는 과학] 환기 안하고 공기청정기만 오래 틀면 어지럼증 올 수도
/그래픽=안병현
김조천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요리를 할 때는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 먼지(PM2.5) 농도와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 먼지(PM10) 농도가 모두 올라갔어요. 아이가 뛰어놀 때는 PM10 미세 먼지 농도가 주로 올라갔고요.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는 일시적으로 미세 먼지 농도가 1100~2600㎍/㎥까지 올라가기도 했어요. 식재료와 고온의 기름이 만날 때 강력한 화학반응이 일어나 다양한 성분의 복합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미세 먼지는 크기가 작을수록 공기 중에 오래 떠돕니다. PM10인 미세 먼지는 1.5m 높이에서 8분이면 바닥에 떨어지죠. 크기가 10분의 1인 PM1.0짜리 초미세 먼지는 약 12시간이 지나야 바닥으로 가라앉아요.

생선을 굽고, 이불을 털고, 집 안을 치우는 일상적인 행동에서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먼지가 잔뜩 생긴다는 뜻이에요. 활동력 왕성한 아이들이 집 안을 뛰어다니면 바닥에 가라앉았던 먼지가 다시 공중으로 떠오를 테고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바깥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날도 하루 종일 창문을 닫아놓지 말고 주기적으로 환기하라고 권하고 있어요. 하루 20~30분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 실내 공기 10분의 1 정도가 바깥 공기로 바뀐다고 해요.

청소와 공기청정기로 미세 먼지 낮춰야

다가구주택에서 진공청소기와 밀대 청소기로 바닥 청소를 하면서 초미세 먼지 농도를 측정한 국내 실험이 있어요. 두 종류의 청소기로 청소를 한 것만으로 실내 초미세 먼지 농도는 평균 125㎍/㎥에서 40㎍/㎥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어요. 공기청정기 없이 청소만으로도 초미세 먼지 농도를 매우 나쁨(76㎍/㎥ 이상)에서 거의 보통(16~35㎍/㎥) 수준으로 끌어내린 것이죠. 효과적으로 초미세 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청소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답니다.

청소를 한 뒤에는 공기청정기를 쓰거나 환기 장치를 활용해 미세 먼지 농도를 더 낮출 수 있어요. 먼저 공기청정기는 흔히 '헤파 필터'라고 부르는 고성능 필터로 중금속이나 검댕 같은 고체 미세 먼지와 액체 형태의 미세 먼지를 걸러냅니다. 헤파(HEPA) 필터는 공기 중에서 미세한 입자를 걸러내는 고성능 필터를 뜻해요. 헤파 필터는 'E11' 'H13' 같은 등급이 있는데 미세 먼지를 얼마나 많이 걸러내는지를 기준으로 나뉩니다.

필터식 공기청정기 외에 '음이온식 공기청정기'라는 제품도 있는데, 공기 중 곰팡이와 박테리아는 없앨 수 있지만 미세 먼지 제거 기능은 약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2006년 이후 지어진 100가구 이상의 신축 공동 주택에는 '환기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요. 창문을 닫은 채로도 바깥 공기를 걸러서 집 안으로 들여올 수 있는 장치죠. 미세 먼지가 심한 날 이를 활용해 환기를 하세요. 집 안 공기를 환기시키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내장재 등에서 나온 화학물질이 집 안에 계속 머물러 미세 먼지와는 다른 면에서 공기 질을 나쁘게 합니다.


[환기는 오전 6~7시가 최적… 교통량 적어 미세먼지 농도 낮아]

공기청정기만으로 실내 공기 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산화탄소 농도 때문입니다.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날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미세 먼지 농도는 낮아지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올라갑니다. 사람이 숨을 쉬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는데 환기는 이뤄지지 않으니까요.

특히 학생들은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교실 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쉽게 기준치인 1000PPM을 넘어서 졸음을 유발하는 단계인 2000PPM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불쾌감(1000PPM 이상), 졸음(2000PPM 이상), 어지럼증(3000PPM 이상)을 유발합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단기적으로 판단력·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어요. 졸음운전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해결책은 환기입니다. 환기는 평일보다는 주말에, 오전 6~7시처럼 이른 시간에 하는 게 좋아요. 교통량이 많지 않아 실외 미세 먼지 농도가 비교적 낮거든요.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