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성종 "봄에는 화전 금지"… 언덕·도랑 만들어 피해 막기도

입력 : 2019.04.30 03:09

조선시대 산불 대책

지난 4일에 강원 고성·속초·강릉 등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숲은 물론 집, 상가, 창고 등이 잿더미로 변했어요. 부산·공주·춘천·연천에서도 크고 작은 산불이 이어졌지요. 우리나라는 공기가 건조한 봄철에 한 해 산불 78%가 몰려 일어납니다. 그런데 지금보다 소방 시설이나 소화 장비가 뒤떨어졌던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산불을 예방하고 수습했을까요?

"산불을 낸 자는 엄벌에 처한다"

1417년 11월 10일 조선의 제3대 임금 태종은 호조에 화재 사고를 줄일 방책을 아뢰게 했어요. 호조는 지금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관청이에요.

호조에서는 실수로 불을 낸 사람에게 경우에 따라 벌을 내리자는 의견을 올렸어요. 태종 임금은 호조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대로 실시하게 했는데 이를 금화령(禁火令)이라 해요.

금화령의 핵심은 불을 낸 사람을 엄벌한 거예요. 우선 종묘와 궁궐에 불을 낸 사람은 교수형에 처하고, 왕릉에 불을 낸 사람이나 관공서·창고에 불을 낸 사람은 큰 형장으로 볼기를 80대 친 뒤 2년간 강제 노역에 처하게 했어요. 또 산불을 낸 사람은 마찬가지 방법으로 볼기 100대를 때린 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시골로 귀양을 보냈어요.

이렇게 중한 벌을 내린 이유는 조선시대에는 대부분 건물이 목조였기 때문이에요. 한 번 불이 나면 끄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화재는 국가적 재앙이었죠. 또 산에 있는 소나무는 궁궐과 관청, 군함을 짓는 소중한 재료였어요. 불이 나서 타버리면 곤란했겠죠. 이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산에는 선대 임금과 왕비의 무덤인 '능'이 있고, 왕실 아기들의 탯줄을 묻어둔 '태실'도 있었어요. 사대부나 일반 백성도 대개 산에 묘를 썼고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산에 불을 내는 걸 무거운 죄로 여기고 엄하게 단속을 해 화재를 예방하려 했어요.

"봄철 산불을 특히 조심하라"

봄철에 날씨가 건조해 자연적으로 산불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백성이 실수로 불을 내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성종은 백성에게 "이른 봄에는 바람이 어지럽게 불고 풀잎이 말라 있어 산불이 번지기가 매우 쉬우니 산에 불을 질러 사냥을 하거나 화전(火田)을 일구지 말라"고 했어요. 각도의 관찰사들은 봄철 산불 위험 기간에 불이 나지 않게 조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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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안병현

산불을 막는 벼슬도 있었어요. 한양 주변에서는 사산감역관이라는 무관이 성벽이나 나무 등을 보호하며 산불이 나는 것을 감시하거나 단속했어요. 산속에 있는 절에도 산감 스님을 두고 산과 나무를 관리하게 했지요. 세종 때에는 산불을 막기 위해 경기도 여주나 파주 지역 산속에 절을 지어 승려가 들어가 살게 하기도 했어요.

산불 방지 시설로 '화소(火巢)'를 두기도 했어요. 돌 또는 흙을 높이 쌓아 언덕을 만들거나 도랑을 파서 혹시 불이 나더라도 불길이 왕릉 같은 주요 시설로 옮아붙지 못하게 막는 구조물이었어요.

산불 피해 지역에는 '어사' 파견도

조정에서는 산불 피해 지역 백성을 위로하고 산불 피해지 복구를 위해 어사를 파견하기도 했어요. 이때 파견하는 어사를 '위로할 위(慰)'에 '타이를 유(諭)'자를 써서 위유어사(慰諭御史)라고 불렀어요.

위유어사는 주로 산불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인 강원도 동해안 지방에 파견되어 민심을 달래고 피해 백성에게 이웃 지역에서 조세로 거두어들인 곡식이나 구호물품 등을 나누어주는 등의 구휼 정책을 펼쳤지요.

☞조선왕조실록, 산불에 타지 않게 벽 설치하고 수호군 두었대요

조선왕조는 조선왕조실록을 5곳에 나눠 보관했는데 임진왜란으로 전주사고에 있던 실록만 남았어요.왜란 이후 조선은 깊은 산에 실록을 나눠 보관하기로 합니다. 실록을 편찬하는 춘추관과 오대산, 태백산, 묘향산, 정족산 5곳에 사고(史庫)라는 창고를 지어 보관한 거죠.

이후 정부는 산불로 사고가 불타버리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했어요. 오대산 사고에는 수호군 60명에 승군 20명을 두고 산불 예방 및 진화를 하도록 했고, 정족산 사고는 사고 건물에 화방벽(火防壁)을 설치해 산불 피해를 예방했다고 해요.


지호진·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