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탁구로부터 독립 시도… 복고풍 라켓만 쓰고 세트당 점수 달라요

입력 : 2019.04.30 03:05

핑퐁(ping pong)

지난 22일 유승민(37)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국제탁구연맹(ITTF) 집행위원으로 뽑혔어요. 유승민 위원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남자 단식 금메달을 땄어요.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어 세계적으로 두루두루 인기가 높아요. 여기서 질문 하나, 테이블 테니스(table tennis)와 핑퐁(ping pong)은 같은 종목일까요?

두 용어 모두 한국어로는 '탁구(卓球)'라고 번역합니다. 테이블 위에서 하는 공놀이라는 뜻이죠. 188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는데, 테니스를 즐기던 영국 귀족들이 추운 겨울철에 실내에서 테니스를 칠 방법을 찾다가 개발했어요. 탁자 위에 책을 세워 네트를 만들고, 딱딱한 고무공을 서로 주고받은 거예요. 이후 1926년에 현재의 ITTF가 발족했어요. 올림픽에서도 테이블 테니스가 정식 명칭으로 쓰입니다.
지난 1월 열린 2019 세계핑퐁선수권대회 경기 장면. 핑퐁은 라켓에 러버(고무) 대신 사포만 붙이도록 하는 등 규정을 손보고 탁구와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요.
지난 1월 열린 2019 세계핑퐁선수권대회 경기 장면. 핑퐁은 라켓에 러버(고무) 대신 사포만 붙이도록 하는 등 규정을 손보고 탁구와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요. /세계핑퐁선수권대회

한편 핑퐁이란 이름은 1891년 셀룰로이드로 만든 공이 등장하며 생겼어요. 공이 라켓에 맞을 때 '핑', 테이블에 튀길 때 '퐁' 소리가 난다고 붙은 탁구의 별명이죠. 1970년대 냉전시대에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계기로 외교 물꼬를 트자 '핑퐁 외교(Ping Pong Diplomacy)'라는 말도 나왔어요.

그런데 탁구의 별명으로만 쓰이던 '핑퐁'이 최근 들어 독립된 스포츠로서 탁구와는 다른 길을 가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1926년부터 시작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는 다른 세계핑퐁선수권대회가 2011년부터 열리면서부터입니다. 핑퐁은 기존 탁구와는 다른 규정을 갖고 매년 대회를 열고 있는데 점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먼저 핑퐁은 탁구와 달리 라켓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어요. 현대 탁구는 국가·선수마다 취향에 맞는 라켓 크기, 손잡이 모양, 러버 재질을 활용해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핑퐁은 라켓 크기와 재질을 하나로 통일했어요. 현대 탁구는 라켓에 탄성이 있는 여러 재질의 고무를 부착해 공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스핀을 강화했는데요, 핑퐁은 사포만 붙인 복고풍 라켓만 씁니다.

그 결과 탁구보다 공 속도가 느려지고, 랠리(양편의 타구가 네트를 오가며 계속 이어지는 것)는 길어지게 됩니다. 점수도 세트당 11점제인 탁구와는 달리 21점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서브도 탁구에서는 탁구공이 손바닥에서 떠난 후 수직으로 16㎝ 이상 올라가고 나서 치도록 규정돼 있지만, 핑퐁은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아요. 핑퐁은 좀 더 고전적인 탁구를 지향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은 핑퐁이 탁구와는 완전히 다른 스포츠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축구에서 럭비와 미식축구가 갈라져 나왔듯 핑퐁도 장차 탁구와 다른 스포츠가 되지 않을까요?


최의창·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