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백조는 첼로로 우아하게, 늑대는 호른으로 무섭게
입력 : 2019.04.27 03:00
[동물 묘사한 곡]
생상스가 작곡한 '동물의 사육제' 14곡 중 '백조'가 가장 유명해요
더블베이스로 코끼리 걸음도 묘사해
TV에서 개그맨들이 개인기를 보여주면 누구나 즐거워하죠. 저는 개인기 중에 '성대모사'가 제일 재밌습니다. 목소리로 다른 사람을 흉내 내거나,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 뱃고동 소리같이 기계음 등을 똑같이 소리 내는 것을 들으면 정말 신기합니다. 보지 않고 듣기만 하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물 소리를 똑같이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죠.
클래식 음악에도 '성대모사'와 비슷한 작품이 있습니다. 동물 소리를 묘사하거나 표현한 작품이죠. 작곡가의 뛰어난 아이디어 덕에 탄생했지요.
5월에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음악회가 많이 열리는데요, 카미유 생상스(1835~1921)의 '동물의 사육제' 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피터와 늑대'가 특히 인기 있는 레퍼토리입니다. 둘 다 동물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흥미로운 명곡이죠.
클래식 음악에도 '성대모사'와 비슷한 작품이 있습니다. 동물 소리를 묘사하거나 표현한 작품이죠. 작곡가의 뛰어난 아이디어 덕에 탄생했지요.
5월에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음악회가 많이 열리는데요, 카미유 생상스(1835~1921)의 '동물의 사육제' 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피터와 늑대'가 특히 인기 있는 레퍼토리입니다. 둘 다 동물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흥미로운 명곡이죠.
- ▲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곡 '피터와 늑대'를 발레로 꾸민 미국 털사 발레단의 무대입니다. 호기심 많은 소년 피터(앞줄 가운데)가 무서운 늑대(앞줄 오른쪽)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렸죠. 원곡은 피터를 현악기로, 늑대는 호른으로 표현합니다. /Tulsa Ballet 홈페이지 캡처
생상스가 1886년 발표한 '동물의 사육제'는 현악기와 플루트, 클라리넷, 실로폰, 첼레스타, 피아노 두 대가 함께합니다. 동물 모습을 그려내는 데 적합한 기발한 악기 구성이죠. 모두 14곡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첫째 곡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은 피아노가 저음에서 강한 음향을 만들어내 사자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흉내 냅니다. 넷째 곡 '거북이'는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의 움직임을 음으로 표현했어요. 다섯째 곡 '코끼리'는 뒤뚱대는 느낌의 더블베이스 연주가 재미있어요. 제일 유명한 곡은 열셋째 곡 '백조'입니다.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이 우아한 백조의 자태를 나타내고, 부드럽지만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피아노 두 대의 반주는 물에 떠 있느라 부지런히 헤엄치는 수면 아래의 두 다리를 묘사하죠.
- ▲ 생상스(왼쪽), 프로코피예프
구소련에서 활동한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만든 '피터와 늑대'(1936)는 재미있는 동화와 음악이 함께하는 작품이에요. 줄거리를 설명해 주려고 해설자가 등장하는데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아요. 호기심 많은 소년 피터가 동물 친구들과 정원에서 놀다가 무서운 늑대를 만나게 되고, 늑대는 오리를 잡아먹죠. 피터는 꾀를 내 고양이, 새 등과 힘을 합쳐 늑대를 사로잡고, 때마침 이곳을 지나는 사냥꾼들이 늑대를 동물원으로 데려갑니다.
줄거리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각자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로 한 동물 묘사가 훌륭하죠. 작은 새는 플루트가, 고양이는 클라리넷이, 오리는 오보에가 담당하고 있고, 무서운 늑대는 호른 세 대가 강하게 연주해 공포스러움을 더하고 있어요. 등장하는 사람들도 특징 있게 묘사돼 있는데요, 주인공인 피터는 현악 합주로 연주되고, 피터의 할아버지는 저음의 목관 악기인 바순이 맡았어요. 작품 마지막에 팀파니와 드럼으로 사냥꾼들이 쏘는 총소리가 실감 나게 등장합니다. 음악의 진행 상황을 설명해주는 내레이터 역할도 굉장히 중요해요. 보통 아나운서나 방송인이 맡지만 배우나 가수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 함께 공연하는 경우도 많죠. 데이비드 보위, 스팅 같은 유명한 가수들도 내레이터로 참여했고, 우리나라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함께한 앨범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추상적 선율이나 리듬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의 움직임과 소리 등을 음악으로 만들어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상의 한계를 넓힌 작곡가들의 노력이 대단하지요. 가족과 함께 즐기는 5월의 음악회는 즐거움과 상상력 향상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줄 겁니다.
[17세기 바이올리니스트 비버, 바이올린만으로 '야옹~' '뻐꾹!']
바이올린 한 대로 많은 동물의 소리를 묘사한 작품도 있어요. 체코 출신 작곡가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1644~1704)가 1669년 작곡한 '소나타 레프레센타티바(흉내 내는 소나타)'입니다.
비버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어요. 그는 잘츠부르크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주법과 음향을 만들어 많은 작곡가에게 영향을 줬는데, 이 곡이 좋은 예입니다.
10분 남짓한 이 곡에서 바이올린 독주자는 나이팅게일, 뻐꾸기, 개구리, 닭, 메추라기,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 소리를 깜짝 놀랄 정도로 비슷하게 흉내 내 듣는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대다수의 작품이 신앙심 깊고 경건한 작곡가 비버의 유머 감각을 엿보게 해주는 걸작이지요. 동시에 네 개의 줄을 가진 작은 악기 바이올린의 무한한 능력을 실감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