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돈 없이 살 수 없는 현대인 보며 외계인이 쓴 '경제생활 십계명'

입력 : 2019.04.26 03:01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경제 편
ㅡ이경덕 지음

어느 날 네 명의 친구가 한 집에 모였습니다. 마침 큼지막한 피자 한 판이 배달됐어요. 그런데 친구 중에 세 명은 막 식사를 하고 와서 배가 부르다고 하네요. 자,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네 친구는 이 피자를 어떻게 나눠 먹어야 좋을까요?

한 친구는 피자를 정확히 같은 양으로 나누어 먹는 것이 옳다고 하네요. 당장 배가 고프고 부른 것과 상관 없이요. 다른 친구는 피자를 그렇게 기계적으로 나누면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니 불합리하다고 합니다. 또 한 친구는 그럼 배부른 사람은 나중에 먹으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지만, 피자는 식으면 맛이 없어진다는 반론도 곧바로 나오네요.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경제 편
/사계절
'경제학'은 바로 이런 문제를 두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학문입니다. '정확한 4등분'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보는 주류 학설과, 지금 배고픈 한 명이 절반을 먹고 나머지 절반을 세 친구가 나누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대안적 의견도 있지요. 피자 한 판 나눠 먹기가 정말 어렵네요.

경제는 어려운 개념이 많은 복잡한 분야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이 책은 쉬운 말과 사례로 경제를 풀어냅니다. 주인공은 돈을 쓰지 않는 '케이 팩스' 별에서 온 외계인들. 경제에 문외한인 외계인의 시선에서 경제를 설명해주니 그만큼 이해하기가 쉽겠죠. 이들이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현대인을 보며 '경제생활 십계명'을 만들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한다는 콘셉트입니다.

'지구인에게 믿음을 잃지 마라'(신용), '돈의 정체를 파악하고 잘 활용하라'(화폐), '직장보다 직업을 선택하라'(노동과 직업) 같은 계명이 있네요. 지구에 정착해 지구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외계인이 쓴 보고서를 통해 지구 경제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합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