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완벽한 사람은 실수도 매력… 평범하면 실수 안해야 호감

입력 : 2019.04.26 03:01 | 수정 : 2019.04.26 17:28

[호감의 법칙]
美 실험서 모든 게 완벽한 사람보다 완벽한데 작은 실수한 사람이 더 호감
호감 느낄 때 뜻밖의 요인에 영향받아

다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물건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A보다 B를 더 좋아하게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오늘은 호감이 뜻밖의 요인에 좌우된다는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자주 보면 호감이 생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욘스(Zajonc)는 우리가 새로운 대상에 자주 접촉할수록 호감이 증가한다고 했어요. 이를 '단순노출 효과'라고 합니다. 자욘스는 한자(漢字)를 모르는 미국 대학생들에게 몇 가지 한자를 보여줬어요. 어떤 한자는 반복해서, 어떤 한자는 단 한 번만 보여줬지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한자 뜻을 몰랐지만 자주 본 한자일수록 '좋은 뜻일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단지 많이 보여줘 익숙했을 뿐인데 이런 효과가 나타난 거지요.

에펠탑 효과
/그림=박다솜
이러한 효과를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라고 불러요. 19세기 말 프랑스의 에펠탑이 처음 완성됐을 땐 '흉측한 철골 구조물'이라는 비판이 빗발쳤어요.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은 에펠탑이 보기 싫다며 매일같이 에펠탑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는 일화도 있죠. 에펠탑 아래 있어야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다면서요. 그러나 이젠 에펠탑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꼽힙니다. 자주 보며 익숙해지자 평가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는 사람을 만날 때도 비슷합니다. 길에서 이성을 처음 보자마자 바로 말을 걸기보다는 얼굴을 익힌 다음에 말을 걸면 경계심도 줄고 반응도 따뜻해지겠지요.

완벽하면 매력적일까

좋은 학교, 좋은 집안 출신으로 완벽하고 실수도 없는 사람, 완벽한데 커피를 쏟는 것 같은 사소한 실수를 한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매력적일까요. 미국 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Aronson)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험을 했어요.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사소한 실수를 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라고 했죠. 능력은 완벽한데, 사소한 실수를 하면 '저 사람도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며 인간미를 느끼고 호감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겁니다.

다만 사소한 실수를 한 평범한 사람은 실수가 없는 평범한 사람보다 호감도가 낮았어요. 잘났으면 사소한 실수를 하는 게 인기를 얻는 길이고, 평범하면 실수를 하지 않는 게 호감도가 더 높았어요.

나와 닮은 사람이 더 좋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친구와 대화하다 우연히 자신과 같은 책을 읽고 감명받았거나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갑자기 친근감이 들지요. 때론 이 만남이 '운명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유사성 효과'라고 합니다. 관심사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느끼기 쉽거든요. 또 삶의 가치나 신념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자신이 지닌 삶의 태도를 인정해주고, 자신의 가치관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남에게 느끼는 호감은 수많은 경로를 통해 결정되지요.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감이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상대방에게 먼저 호의적으로 대해 보세요.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좋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면 더 솔직해지기도 하고, 다른 의견을 내도 잘 받아들인답니다. 긍정적인 태도도 중요해요. 늘 불평을 달고 사는 사람보다는 불만족스럽더라도 긍정적인 태도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좋은 인상을 줍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이었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후광 효과]

외모지상주의가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알죠.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고우면 마음씨도 곱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아요.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후광(後光) 효과라고 합니다. 머리 뒤가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되지요?

대다수 사람은 외모가 뛰어난 사람은 성격이나 능력 같은 다른 영역에서도 뛰어날 거라고 예상합니다. 외모가 주는 '후광'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력이 약해지는 거예요. 꼭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에요. 물건을 고를 때도 포장지가 고급스러우면 안에 들어 있는 물건도 더 비싸고 좋은 물건이라고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