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프로·아마추어 모두 참가하는 대회… 1861년 英 골프대회서 시작

입력 : 2019.04.23 03:00

오픈(Open) 대회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타이거 우즈가 우승했어요. 우즈는 2005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하며 통산 5번째 우승을 기록했어요. 마스터스는 미국의 보비 존스가 창설했어요. 존스는 1930년 한 시즌에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것으로 유명해요. 이런 기록은 존스가 유일해요. 28세에 은퇴한 뒤 고향인 애틀랜타 근처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을 만들어 1934년에 제1회 마스터스 대회를 개최했어요. 이후 마스터스 대회는 PGA 챔피언십, 브리티시 오픈, US 오픈과 함께 남자골프 4대 메이저 대회로 인정받게 됐죠.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대회 15번 홀에서 칩샷을 하는 모습.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대회 15번 홀에서 칩샷을 하는 모습. 마스터스는 아마추어와 프로 모두에게 열려있는 '오픈' 대회입니다. /EPA 연합뉴스
마스터스는 '오픈' 대회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참가할 수 있는 대회죠.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 등 테니스와 함께, 볼링, 배드민턴, 스쿼시 등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도 이런 대회가 운영되죠. 그런데 오픈 대회의 원조는 골프입니다. 오늘은 오픈 대회가 시작된 역사를 말씀드릴게요.

스포츠는 원래 귀족들의 여흥과 사교를 위한 것이었어요. 먹고살기도 바쁜 평민은 스포츠를 하기 어려웠죠. 테니스나 골프를 하기 위한 장소와 장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비도 마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스포츠를 좋아하는 평민들은 스포츠로 돈을 벌어야 했어요. 19세기 영국에서는 내기 경기가 일상화되어 있었어요. 이런 돈으로 수입을 올리며 스포츠를 즐겼죠.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귀족들은 이런 내기 스포츠가 순수성을 해친다고 봤어요. 귀족들은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했죠. 아마추어(amateur)라는 단어의 어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왔어요. 운동 그 자체에 대한 사랑으로 스포츠를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죠. 상류층은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해 스포츠를 하는 이들을 '프로페셔널'이라 부르며 함께 경기하지 않았어요.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끼리, 프로는 프로끼리 맞붙었던 거지요. 다른 이유도 있어요. 귀족은 평민에게 경기에서 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평민이 대회 참가를 신청하면 '아마추어가 아니다'라는 명분으로 출전를 막기도 했대요.

그렇지만 시대는 변화합니다. 계층의 벽은 차츰 허물어졌죠. 1861년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 골프클럽에서 대회를 개최하며 "앞으로 우리 대회는 세상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open to the world)"고 공표했어요.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 모두에게 열려 있는 대회라는 것이지요. 이 대회가 현재의 브리티시 오픈입니다. 최초의 오픈 대회라고 해서 '디 오픈(The Open)'으로 불려요. 첫 오픈 대회에는 10명의 프로와 8명의 아마추어가 참가했어요.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