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귀여운 펭귄 사는 조용한 대륙? 남극은 쫓고 쫓기는 생존 현장

입력 : 2019.04.19 03:07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 동물의 사생활 -김정훈 지음

남극은 지구의 가장 오래된 보물들이 숨겨진 창고와도 같아요. 최근엔 42억년 전의 암석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남극은 공룡들이 살았던 중생대까지는 남미와 남아프리카, 호주, 인도와 함께 하나의 거대한 대륙 곤드와나를 이루고 있었다고 해요. 남극은 그 대륙의 중심이었고요. 그러니까 남극의 깊은 땅속에는 지구에서 땅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까마득한 과거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1959년 '남극조약'을 통해 인류는 남극을 함께 연구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세종 기지를 세웠어요.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 동물의 사생활'은 이 세종 기지에서 쓴 책입니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15년 동안 남극에서 펭귄과 펭귄의 천적 도둑갈매기 등 여러 동물을 연구했어요.

남극에서 갈색도둑갈매기(왼쪽)가 젠투펭귄의 새끼를 노리고 있어요.
남극에서 갈색도둑갈매기(왼쪽)가 젠투펭귄의 새끼를 노리고 있어요. /지오북

밥을 먹고 번식을 하고 똥 싸는 '사생활'을 가까이에서 포착했어요. 남방큰풀마갈매기는 저자가 접근하자 깜짝 놀라 위에서 소화되고 있던 기름진 액체를 뿜어내며 위협해요. 도둑갈매기는 볼펜을 빼앗고, 머리를 쪼아대면서 연구를 어렵게 하기도 하죠. 펭귄이 똥을 40㎝ 거리로 '발사'하는 이야기도 담겨 있죠.

저자가 전해주는 남극 동물 이야기는 귀엽고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가슴이 아픈 이야기도 많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남극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죠.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때문에 부화도 하지 못한 채 죽어버린 펭귄의 알이 오물과 섞여 있는 참혹한 모습도 묘사되고 있어요. 책은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동물들이 처한 위험한 상황도 있는 그대로 전해줍니다. 지구를 위한 우리 인류의 행동이 당장 필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김성신·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