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사막·바다뿐인 두바이, 바닷물 걸러 마실 물 얻어요
해수담수화 시설
해수담수화란 바닷물을 민물로 바꾼다는 뜻이에요. 어떤 원리일까요?
◇끓이거나 거르거나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바닷물을 끓이는 방법(증발법)과 거르는 방법(역삼투법)이 있어요.
이 중 '증발법'은 기원전 4세기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미 알고 있던 방법이었죠. 바닷물을 끓이면 소금은 남고 물은 수증기가 되지요. 이 수증기가 차가운 관을 지나가게 만들면 수증기가 다시 물이 됩니다. 순수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바닷물 끓이는 데 연료가 많이 든다는 게 단점이에요.
한편 역삼투법은 삼투 현상을 활용합니다. 커다란 통 가운데 막을 하나 친다고 상상해볼까요? 물 분자는 지나갈 수 있지만 소금 입자는 지나갈 수 없는 막이에요. 그 뒤 통 한쪽에는 아주 짠 물을, 다른 한쪽엔 덜 짠 물을 붓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막 양쪽의 물 높이가 달라진답니다. 양쪽 물의 소금 농도가 같아질 때까지 덜 짠 물 쪽에 있던 물 분자들이 더 짠 물 쪽으로 이동하거든요. 이게 바로 삼투 현상이에요.
- ▲ 그래픽=안병현
역삼투법은 여기에 강한 압력을 가해 정반대 현상을 일으키는 거예요. 삼투 현상과 반대로 더 짠 물 쪽에서 덜 짠 물 쪽으로 물 분자가 이동하게 하는 겁니다. 바닷물에 강한 압력을 가하면 물 분자는 막을 통과해서 민물이 되고, 소금은 막을 통과하지 못해 바닷물보다 더 짠물이 생기죠. 바닷물을 끓여서 물을 얻을 때만큼 순수한 물을 얻기는 어렵지만 비용은 훨씬 덜 드는 게 장점이지요.
이 두 가지 방법 외에도 전기를 이용해 바닷물 속의 소금기를 없애는 방법, 가스와 바닷물을 함께 얼린 뒤 얼음 상태에서 염분을 없애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아직 개발 단계라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예요.
◇바닷물 속 자원도 건질 수 있어요
최근에는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면서 물만 얻는 게 아니라 다른 자원도 건지려는 연구가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바닷물에는 다양한 물질이 들어 있거든요.
그중 하나가 리튬이에요. 리튬은 스마트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물질이에요. 인반석·엽장석 같은 암석 속에 많이 들어 있는데, 여러 산업에 꼭 필요하지만 채취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바닷물 속 리튬을 걸러낼 수 있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과학자들은 바닷물 속에 전기가 흐르는 막을 여러 개 넣어서 리튬 같은 천연자원을 걸러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전기가 흐르는 각각의 막이 체 역할을 하는 겁니다.
성공하면 리튬이나 마그네슘 같은 희귀 금속들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 수질 오염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카드뮴·구리·납 같은 중금속을 선별적으로 골라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현재 바닷물을 민물로 바꿔 마시고 있는 이들은 두바이 시민들을 포함해 세계 인구의 1% 정도예요. 하지만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바닷물을 마시게 될지 몰라요. 유엔은 마실 물과 농업·산업용수가 부족한 지역이 점점 늘어나면서 2030년대에는 세계 인구 15%가 바닷물을 민물로 바꿔서 마셔야 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지구에 존재하는 물 중 97%는 바닷물이고 민물 대부분은 빙하 형태로 존재해요. 즉 지구상의 물 중에서 우리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민물은 2%도 채 안 된답니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랍니다.
[전문가들 "식수로 적합하다"… 주민들은 그래도 불안해했죠]
부산 기장 해양정수센터(정수센터)는 1950억원을 들여 2015년 준공됐어요. 역삼투법으로 해수담수화를 하죠.하지만 주민 반대로 지금껏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요.
주민들은 정수센터에서 11㎞ 떨어진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문제 삼고 있어요.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³H)가 바닷물에 섞여 있어 이걸 이용해 민물을 만드는 건 위험하다는 주장이에요. 삼중수소는 약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물질로 몸 밖에 있을 땐 큰 위협이 아니지만 기체나 액체 상태로 몸 안에 들어오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물이 안전하다는 입장입니다. 전문 기관에 의뢰해 정수센터에서 만든 물을 430번 검사했는데 모두 식수 적합 판정이 나왔다고 해요. 하지만 주민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어요.
지난 10일 환경부와 부산시,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중공업은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의 가동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앞으로 담수센터에서 만든 민물을 식수가 아닌 산업용수로 쓸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