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84] '안성맞춤'과 '안성마춤'

입력 : 2019.04.18 03:03

최근 강원도 산불 때문에 많은 이재민이 생겼어요. 관련 뉴스로 '불길을 보며 공포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장애인에게 맞춤형 정보 제공 필요' '취약 계층 맞춤형 재난 정보 전달 시스템 구축 필요' 같은 내용이 있었지요.

위에서 밑줄 친 '맞춤'을 '마춤'으로 잘못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안성맞춤'을 '안성마춤'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꽤 많아요. 실제 경기도 안성시의 도시명 브랜드는 '안성맞춤 도시'로 시청사 벽면이나 도로변에 있는 입간판, 시내 가게 간판 곳곳에 '안성맞춤'이라고 쓰여 있어요.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안성마춤 한우' '안성마춤 인삼' 등으로 특산물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은 1988년 전까지는 '마추다'와 '맞추다'를 다른 의미로 구별해 썼기 때문으로 보여요. '마추다'는 '일정한 치수나 규격대로 만들도록 미리 맡기다', '맞추다'는 '어긋남 없이 꼭 맞도록 하다' '갖다 대어 붙이다' 등의 뜻으로 썼어요. 그렇지만 이를 '맞추다'와 '맞춤'으로 통일해서 쓰게 했기 때문에 이제 '마추다'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먼저 '맞춤'의 뜻은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임' '일정한 규격으로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하여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물건' 등이 있어요. 예를 들면 '퍼즐 맞춤' '맞춤 정장' 등이 있지요.

'안성맞춤'은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잘된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경기도 안성(安城) 지방에 유기를 주문하여 만든 것처럼 잘 들어맞는다는 데서 유래했어요. 그래서 '안성'이라는 지명과 '맞추다'의 파생어 '맞춤'이 결합해 '마음에 맞게 딱 들어맞을 정도로 질이 좋다'는 뜻에서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해요.

〈예시〉

―맞춤이 기성복보다 훨씬 더 몸에 잘 맞을 줄 알았는데, 기대한 것만 못하다.

―퍼즐 맞춤 게임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집에서 주문한 맞춤 셔츠가 너한테 참 잘 어울린다.

―당뇨병은 각자 원인에 따라 맞춤 치료를 해야 한다.

―이 산은 도시 주변에 있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가벼운 등산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서울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육상은 심폐 기능 단련에 안성맞춤인 운동이라고 한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