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현재 의학으로는 어려워… 이식 성공해도 윤리적으로 논란

입력 : 2019.04.17 03:05

뇌 이식 수술

장기이식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심장·폐·간·신장 같은 주요 장기 대부분을 이식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다면 뇌는 어떨까요? 공상과학 소설, 영화 등에서는 뇌를 이식하는 기술이 종종 나와요. 영화 '겟 아웃'은 젊은 사람들의 몸에 나이 든 사람의 뇌를 집어넣어서 영원한 삶을 살려는 이들을 섬뜩하게 묘사했지요. 과연 뇌 이식을 통해 영원히 사는 게 가능할까요?

현실에서 '뇌 이식'을 실제로 시도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뇌는 여러 신체 부위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데다 뇌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도 많아서 뇌를 두개골에서 꺼내면서 이미 손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1908년 프랑스 의사 알렉시스 카렐과 미국 생리학자 찰스 구테리가 처음으로 동물 머리 이식에 도전해요. 개 머리를 다른 개 몸통에 이식한 겁니다. 1970년대에는 로버트 화이트라는 과학자가 원숭이 머리 이식에 도전했어요. 이런 동물실험에서 수술대에 오른 동물은 길어야 1주일 정도 생존했어요. 이후에는 상태가 나빠져 숨지거나 윤리적인 이유로 안락사를 시켰지요.
뇌 이식을 소재로 한 영화 ‘겟 아웃’(2017)에서 주인공 크리스가 위험에 처한 모습.
뇌 이식을 소재로 한 영화 ‘겟 아웃’(2017)에서 주인공 크리스가 위험에 처한 모습. /UPI코리아
동물실험에서도 극히 제한적인 진전을 이뤘을 뿐 난관이 많이 남아 있어요.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몸 구석구석으로 흘려보내려면 신경세포가 살아 있어야 해요. 그런데 뇌에서 나오는 신경 다발 묶음인 중추신경은 한 번 잘리면 다시 회복되기 어려워요. 뇌신경을 잇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요.

또 뇌세포에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장기를 이식하면 면역세포는 '내 몸이 아닌 것이 내 몸속에 들어왔다'고 판단해 해당 부위를 공격해요.

이런 이유로 사람을 상대로 머리 이식 수술을 시도하는 것은 '살인'이라는 지적이 나와요. 뇌 이식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의학자들도 있지요.

그런데 2017년 이탈리아 토리노대 연구팀이 특수 화학 접착제로 죽은 사람 머리와 죽은 다른 사람 몸통을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살아 있는 사람의 뇌혈관과 뇌신경도 같은 방법으로 한 시간 안에 연결하면 머리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실제 수술은 아직 이뤄진 적 없어요.

만약 머리 이식이 가능해진다 해도 현재 의학 수준에서 뇌를 이식해 영원히 살기란 불가능해요. 뇌 역시 신체처럼 노화하거든요. 젊고 건강한 몸을 구한다 해도 뇌가 늙었다면 기능에 문제가 생기죠.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를 시키거나 제대로 걷는 것 같은 명령도 잘 내리기 어렵거든요.

성공 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건 뇌 이식이 던지는 윤리적 질문이에요. 철수와 영수가 사고를 당해 철수는 목 아래가 마비되고, 영수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가정해보세요. 철수의 머리와 영수의 몸을 이식한다면 이 사람은 철수일까요, 영수일까요?



나해란·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