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4번의 시즌 전승 이끈 농구감독 "성공은 최선 다해 얻는 마음의 평온"

입력 : 2019.04.16 03:00

존 우든

윤경신 감독이 이끄는 두산 핸드볼 팀이 SK 핸드볼 코리아 정규리그에서 20전 20승을 거두며 리그 출범 이래 첫 '무패 우승'을 달성했어요. 무패 우승은 굉장히 드물고, 그런 만큼 큰 영예입니다. 그런데 시즌 전승 우승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무려 네 번이나 이뤄낸 감독이 있어요. 미국 UCLA대학 농구팀 감독을 지낸 존 우든(Wooden·1910 ~2010·사진)이에요.

존 우든
/위키피디아
우든은 1948년부터 1975년까지 UCLA 감독으로 있으면서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농구대회에서 10번 우승을 거뒀는데, 이 중 1964·1967·1972·1973년 '30전30승'으로 무패 우승을 했어요. 27년 동안 UCLA 팀을 맡으며 통산 전적은 664승 162패, 승률 80.4%를 기록했죠. 1999년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사 ESPN은 종목 불문 20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존 우든을 선정했지요.

사람들은 그의 명언을 기억합니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부드러운 것보다 강한 것은 없다" "신속히, 그러나 급하지 않게" 등 간단하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짧은 문장들을 만들어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으로 유명했어요.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잠시 고교 영어 교사로도 일하기도 했어요. 덕분에 시구, 격언, 명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는 시합 전 라커룸, 이동하는 버스 안, 연습 도중 선수들에게 이런 말로 동기를 유발하고 영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요. 이 문장들은 농구만이 아니라 인생의 장면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요.

우든의 지도를 받고 NBA 스타가 된 카림 압둘 자바, 빌 월턴 등은 우든의 가르침이 삶의 지침이 됐다고 해요. 우든은 단지 농구 감독이 아니라 사는 법을 알려주는 스승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단지 경기에서 이기는 법만이 아니라 삶을 좌우할 신념과 지혜를 전해줬다는 것이죠. 리더십 전문가는 우든의 리더십 유형을 '철학자-감독(the philosopher-coach)'으로 분류합니다.

우든은 감독을 하면서 동기 유발, 조직 관리, 심리학을 꿰뚫고 있다는 평을 얻었죠. 그는 이런 경험과 인생철학을 토대로 '성공의 피라미드(Pyramid of Success)'라는 개념을 정립합니다. 그가 말하는 성공은 조금 독특합니다. 성공은 '마음의 평온(peace of mind)'이라는 것이죠. 그는 "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 생기는 자기 만족감, 그것이 마음의 평온이고 성공이다"고 했어요. 승리와 우승이 성공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기에 느낄 수 있는 충만함이 성공이라는 것이죠. 그는 "우승을 성공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어요. 존 우든은 문무를 겸비한 스포츠 감독이 일과 삶에서 어떤 성취를 보여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로 우뚝 서 있어요.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