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같은 상처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이해 건네며 가족이 되다

입력 : 2019.04.12 03:07

맨발의 소녀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 지음

1939년 영국 런던, 열세 살 소녀 에이다는 저녁마다 일하러 가는 엄마 대신 남동생 제이미를 돌보며 살아갑니다. 에이다는 오른발이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합니다. 평생 집 밖으로는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창피하다며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에이다의 낙은 창문을 통해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겁니다.

그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합니다. 영국 정부는 공습에 대비해 런던의 아이들을 시골 마을로 피란 보냅니다. 영국 남동쪽 켄트 지역에 도착한 에이다와 제이미는 수잔 스미스씨 집에서 살게 됩니다. 스미스씨는 결혼하지 않은 채 홀로 살아가는 사람인데요. 평소 마을 사람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고, 처음에는 아이들도 맡으려 하지 않았어요.
'맨발의 소녀' 책 속 일러스트
/라임
스미스씨는 입으로는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지만 에이다와 제이미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고 깨끗한 옷을 사서 입혀줍니다. 에이다를 병원에 데려가 목발도 맞춰 줍니다. 스미스씨는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던 거죠. 에이다는 스미스씨네 집에서의 생활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맨발의 소녀'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장애를 가진 채 어머니로부터도 정신적 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던 열세 살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존감을 세워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받은 상처로 우울하게 살아가던 스미스씨도 에이다 때문에 살아갈 힘을 다시 얻습니다. 가족의 자격과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김성신·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