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화성 분화구서 이틀 연속 메탄 발견… 생명체 증거?

입력 : 2019.04.11 03:00

[화성 메탄]
메탄은 주로 생명활동 중에 배출돼요… 동식물 부패, 방귀·트림에서 생기죠
화성 메탄은 얼음 밑에 미생물 살거나 과거에 살았었다는 간접 증거예요
사실이라면 지구 밖 생명체 첫 발견

이달 1일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화성에서 메탄(CH4)을 포착했다는 논문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렸어요. 2013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메탄을 확인한 바로 다음 날 마스 익스프레스도 메탄을 찾았다는 겁니다.

화성에서 메탄을 발견했다는 발표는 여러 차례 나왔어요. 그렇지만 하루 간격으로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메탄 흔적을 찾은 건 처음이라 과학계가 흥분하고 있어요. 메탄은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거나 살았다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거든요.

미국·유럽이 잇달아 메탄 발견

이번에 실린 논문은 2013년 6월 16일 유럽우주국이 띄운 화성 궤도 무인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화성 게일 분화구 상공에서 메탄 15.5ppb를 확인했다는 내용이에요. 미 항공우주국이 보낸 큐리오시티가 메탄 5.78ppb를 확인한 다음 날이었죠. 여기서 ppb는 10억분의 1을 가리키는 단위예요. 메탄이 1ppb라면, 공기가 10억g 있을 때 메탄이 1g 있다는 뜻이죠.

[재미있는 과학] 화성 분화구서 이틀 연속 메탄 발견… 생명체 증거?
/그래픽=안병현
큐리오시티는 지상에서, 마스 익스프레스는 화성 궤도에서 메탄을 확인했다는 차이는 있지만 메탄이 있다는 건 훨씬 분명해진 셈입니다. 큐리오시티만 메탄을 측정했다면 관측 기기 오류일 수도 있으니까요.

신기한 것은 화성 대기의 메탄 농도를 3년간 관측했더니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메탄 농도가 변했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여름철에는 메탄 농도가 올라가고, 추워지면 낮아졌어요. 유럽우주국 연구팀은 여름철에는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나오면서 농도가 높아지고, 겨울철이 되면 다시 얼음 속에 갇히면서 농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왜 메탄에 흥분하나

메탄은 탄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4개가 결합한 유기화합물로, 주로 미생물의 대사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동물의 배설물이나 식물의 부패 과정에서도 나오고요.

과학자들이 메탄에 흥분하는 것은 '생물이 생명 활동을 하며 메탄을 내뿜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화성은 대기층이 얇아 기체가 쉽게 사라져요. 화성의 메탄이 화산 활동 등으로 일시적으로 형성됐다면 4계절 내내 관측되기 어렵겠지요. 메탄이 계속 관측되려면 꾸준한 공급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곧 생명체가 있다는 간접 증거가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지구 대기 중 메탄 농도는 1859ppb 수준으로 화성보다 높습니다. 대부분 생명체 활동으로 생기죠. 동식물이 부패하는 과정은 물론 방귀·트림으로도 메탄이 생깁니다. 소 한 마리가 뿜는 메탄가스가 하루 200L랍니다. 소를 많이 키우는 호주는 가축이 내뿜는 메탄이 한 해 300만t에 달해요.

화성은 대기 중에 산소가 희박해 소처럼 큰 생물이 살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세균이나 박테리아처럼 생명 활동을 하면서 메탄을 방출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화성 메탄 어디서 올까

현재 큐리오시티가 메탄을 측정하고 있는 게일 분화구는 약 30억 년 전 운석이 충돌해 만들어졌어요. 분화구에 얼음 호수가 생겼고 그 아래 퇴적물이 쌓여 있을 가능성이 있지요. 이번에 발견된 메탄은 게일 분화구에서 동쪽으로 약 480㎞ 떨어진 얼음층에서 대기로 배출된 것으로 알려졌어요. 얼음층 아래 미생물이 살고 있거나, 과거에 살았던 미생물 사체에서 메탄이 나오는 것일 수 있어요. 사실이라면 지구 밖에 생명체가 존재하거나, 과거에 존재했다는 첫 발견이 됩니다.

물론 메탄이 관측된다는 것이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닙니다. 화산활동이나 암석의 화학반응으로 메탄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우주에서 화성으로 운석이 떨어지며 메탄이 생길 수도 있고요. 감람석이 물과 만나면 사문석(蛇紋石·뱀무늬 대리석)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메탄이 생겨납니다. 이처럼 생명체가 없이도 메탄이 생겨날 수 있어요. 다만 이 경우에도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이 화성 내부에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그 이름처럼 인류의 호기심(Curiosity)을 풀어 줄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봐요.


[과거엔 공룡 방귀가 지구 데웠다? 메탄, 지구에선 강력한 온실가스]

메탄은 지구에서는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비교했을 때 지구온난화 유발 효과가 25~34배 강하다고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보다 더 나쁜 게 메탄이라는 뜻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소 15억 마리가 방출하는 메탄이 한 해 지구에 방출되는 메탄의 16%를 차지할 정도라고 해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육식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12년에는 공룡이 내뿜은 '메탄' 방귀 덕분에 온실효과가 일어나 1억 5000만년 전 지구가 지금보다 따뜻했을 거라는 논문도 나왔어요.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