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햇살 기다리며 잠든 겨울 지나 분주한 봄까지… 마당의 사계절

입력 : 2019.04.09 03:07

마당 위 쑥쑥, 땅 아래 꿈틀 ―케이트 메스너 글, 크리스토퍼 실라스 닐 그림

집에 화분이라도 하나 들이려고 마음먹으면 생각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아요. 비료도 있어야 하고, 벌레 방지책도 세워야 하죠. 마당을 가꾸거나 농사를 짓는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죠. 해충을 막아줄 살충제를 뿌리고, 참새나 닭을 막아줄 허수아비와 울타리를 세워야 해요. 벌레 먹은 곳 하나 없는 싱싱한 잎과 탐스러운 열매를 기대하고 있다면 그쯤의 수고는 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정말일까요?

이 책은 마당을 가꾸는 데 참여하는 수많은 벌레와 동물을 이야기합니다. 이로운 벌레와 동물뿐 아닙니다. 해충도 나오고, 마당을 망치는 말썽꾸러기도 등장하죠. 책은 이런 벌레와 동물이 자연 속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책 속 일러스트
/청어람미디어

시골집에 놀러 온 주인공은 이모에게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일을 하나하나 배웁니다. 봄이 되자 이모는 말해요. "땅 아래는 사실 아주 바쁜 세상이란다. 지렁이와 온갖 종류의 벌레들이 흙을 파고 쌓고 다시 휘저어 새롭게 바꿔놓지." 지상에서 닭과 벌과 개똥지빠귀와 스컹크와 뱀과 거미가 먹이를 찾으며 제 일을 하는 사이에 지하에서는 지렁이와 토마토뿔벌레와 개미와 딱정벌레와 공벌레들이 자신의 일생을 보내고 있죠.

겨울이 되면 모든 것이 죽은 듯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모는 이렇게 말해요. "따스한 햇살과 분홍빛 꽃들과 연초록 새싹을 꿈꾸며 벌거벗은 나뭇가지 아래, 눈으로 뒤덮인 그 아래, 새로운 마당이 잠들어 있어요. 땅 아래 그곳에 말이죠." 주인공은 사계절을 보내며 수많은 생명체가 협업하고 경쟁하고 공존하는 자연을 봅니다. 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는 책입니다. 이제 막 꽃피는 세계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박사·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