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中 쓰촨성 강진도 댐으로 인한 인공지진이 유력해요

입력 : 2019.04.04 03:00

[인공지진]
물 3억2000만t 담은 지핑푸 댐… 지반에 압력 가해 규모 7.9 강진 유발
인공지진, 지하 핵실험으로도 생겨… 北 핵실험에 함경북도 지진 빈번했죠

지난달 정부 조사연구단이 2017년 11월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였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어요.

포항 지진으로 92명이 다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됐어요. 행정안전부는 포항 지진 피해액이 총 551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지요. 그런 포항 지진이 자연적인 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소를 무리하게 운영해서 발생한 인공지진이었다는 거예요. '사람'이 원인이었다는 거지요.

◇지진이란?

우리는 '지각'을 딛고 살고 있어요. 지구의 가장 바깥에 있는 암석층이지요. 수업시간에 배운 판 구조론을 떠올려 보세요. 지각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여러 힘을 받지요. 장구한 시간에 걸쳐 산이 솟아오르거나 화산이 터지는 게 모두 이런 힘 때문이에요.

[재미있는 과학] 中 쓰촨성 강진도 댐으로 인한 인공지진이 유력해요
/그래픽=안병현
지진 역시 지각이 힘을 받아 변형되거나 뒤틀리면서 일어난답니다. 지각 속에는 지각이 깨져서 암석이 서로 어긋난 '단층'이 많은데, 이 단층이 서로 어긋나 미끄러질 때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죠.

대부분의 단층은 안정된 상태지만, 특히 위험한 단층이 있어요. 암석이 외부 압력에 버티는 힘을 '응력(應力·stress)'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단층에 쌓이는 응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움직이거나 깨지고 말지요. 이게 지진이에요.

◇핵실험은 물론, 댐 건설로도 지진 일어나

지진은 자연 현상이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위적 지진도 일어나게 됐어요. 이런 인공지진은 우리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지난 160년 동안 일어난 규모 4.5 이상의 인공지진만 무려 200건이 넘어요.

보통 지하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을 많이들 떠올립니다. 실제로 북한 핵실험으로 함경북도 일대에서 규모 2.0~5.0 이상의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났어요.

연구 목적으로 인공지진을 일으키기도 해요. 지진파는 지각 구성 물질에 따라 진행 형태가 달라지는데, 지진파를 만들어 지각 형태를 연구하려고 할 때 쓰는 방법입니다.

댐이나 지열발전소도 인공지진 원인이 됩니다. 사람이 댐을 만들면 크기에 따라 수억t씩 물을 가두게 됩니다. 이 물이 아래쪽 땅에 계속 압력을 가해, 시간이 흐르면서 지반이 내려앉고, 지반 아래 암석층이 뒤틀리며 어긋나는 거예요. 물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단층이 '뚝' 끊기며 지진이 일어나는 거지요. 2008년에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규모 7.9의 강진은 3억 2000만t이 넘는 물을 담고 있는 지핑푸 댐이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있어요.

"지열발전이 지진 원인"

지열발전소는 지열로 물을 데워 전기를 만듭니다. 그러려면 우선 단단한 지각 안으로 물을 집어넣어야 해요. 물을 땅속으로 넣으려면 높은 압력이 필요하죠. 게다가 지각 안에 들어간 물은 부피 때문에 주변 암석을 밀어냅니다. 이 힘이 쌓이고 쌓이면 응력이 한계에 도달해 지진이 일어납니다.

포항 지진이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쳤어요. 지열발전소 측은 하루 최대 900t씩 10개월간 1만t 넘는 물을 땅속에 주입했다고 해요. 그렇게 넣은 물의 압력이 단층을 건드려 처음엔 작은 지진을 일으키고, 그런 지진이 반복되며 진앙에 있던 큰 단층까지 움직여 결과적으로 규모 5.0이 넘는 큰 지진이 일어나고 만 거예요.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어요. 2006년 스위스에서 지열발전소를 지은 지 석 달 만에 규모 2.0 안팎의 작은 지진이 200회 이상 일어났어요. 결국 가동 3년 만에 발전소를 닫았지요.

포항은 원래 활성단층, 즉 최근 활동했거나 빠른 시일 내에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이 많은 지역이라고 합니다. 지열발전을 하기에는 위험한 땅이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와요.


[빠르고 약한 P파, 느리고 강한 S파… P파 감지해 S파 오기 전 지진 경보]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파가 발생합니다. 이 지진파가 이동하면서 건물이 흔들리는 등 피해를 일으키죠. 대표적인 지진파는 P파(primary wave)와 S파(secondary wave)입니다.

P파는 속도가 초속 7~8㎞로 빨라 가장 먼저 지진계에 측정됩니다. 앞뒤(수평)로 흔들리며 이동하는데, 상대적으로 피해는 작습니다. S파는 '두 번째 파장'이라는 영어 이름처럼 지진계에 두 번째로 잡힙니다. 초속 3~4㎞로 P파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대신 진폭이 커서 큰 피해를 남기죠. 위아래(수직)로 흔들리며 이동하는 게 특징입니다.

지진계에는 처음에 약하게 흔들리는 P파가 그려지고, 잠시 뒤 세찬 S파의 파형이 그려집니다. 지진 조기경보는, 먼저 감지한 P파를 확인하고 S파가 도달하기 전에 대비하라고 먼저 알려주는 원리입니다.

P파와 S파가 도착하는 시간의 차이를 통해 지진이 어디에서 일어났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요.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