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꿀밤도 계속 맞다보면 뇌 세포 다쳐 기억력 떨어질 수 있죠

입력 : 2019.04.03 03:00

뇌 보호하기

봄이 찾아오며 덩달아 야외 활동도 늘고 있어요. 특히 킥보드나 자전거를 즐겨 타는 친구들은 날이 따뜻해져 신날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 킥보드나 자전거를 배우다 보면 넘어져 머리를 부딪치기도 해요. 대부분 피가 나지 않거나 크게 다치지 않으면 별문제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요. 그런데 운동하거나 야외 활동할 때 머리를 꼭 보호해야 한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머리가 받는 모든 충격은 뇌 세포로 전달됩니다. 큰 사고가 아니라도 자주 머리를 다치거나 부딪치는 것만으로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넘어질 염려가 있는 야외 운동을 할 때는 꼭 헬멧을 착용해야 해요. 당장 문제가 없어 보여도 뇌 세포에 상처가 남을 수 있거든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세게 부딪치지 않더라도 자꾸 머리를 부딪치다 보면 뇌 세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능이나 감정 같은 여러 가지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여러 번 부딪히면 뇌 전체의 세포들에 염증이 생겨 치매가 빨리 올 수도 있다고 하지요. 뇌를 보호하겠다는 관심을 가지고 예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겁니다.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을 쓰고 머리를 보호해야 해요. 작은 충격도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을 쓰고 머리를 보호해야 해요. 작은 충격도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김지호 기자
특히 청소년기는 뇌가 다 자라지 않아 계속 발달하고 있어요. 어른보다 더 충격에 약하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보통 신체활동도 더 많아서 머리에 충격이 올 일도 많아요. 미국 고등학생 6명 중 1명(16%)은 운동하다가 머리를 다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학생들에게 운동 경기나 활동 중에 머리를 보호하도록 당부하고 있어요. 실제로 머리를 맞으며 계속 뇌가 충격을 받는 복싱 선수는 뇌가 더 빨리 늙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일찍 치매가 온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었고요.

그러다 보니 궁금증이 생깁니다. 세간에 '머리 때리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말처럼 실제로 머리에 약한 충격을 주면 어떤 영향이 있을지 말이죠. 그야 꿀밤 한 대를 살짝 맞았을 때 뇌 세포가 손상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뇌 세포 건강에 좋을 리 없습니다.

물론 한 번 머리를 부딪혔다고 해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거나 기억력이 줄어들지는 않아요. 뇌는 단단한 머리뼈가 자연적으로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죠. 사람 몸은 뇌와 심장처럼 생존에 꼭 필요한 부분은 뼈를 둘러 지키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뇌는 뼈로 빈틈없이 보호받고 있어요.

또 머리뼈 안에는 뇌척수액이라는 물이 차 있고 뇌가 그 속에 떠 있어요. 물이 쿠션 역할을 해서 충격을 흡수해주는 거죠. 이처럼 뇌를 중무장한 이유는 외부 충격에서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랍니다. 한 번 손상된 뇌 세포는 다른 세포에 비해 쉽게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심장이 멈추면 사람이 숨집니다. 하지만 그런 심장마저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지는 않아요. 사람 몸에서 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