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데쳐먹고 무쳐먹는 봄 대표 해산물… 1990년대 낙지 비싸지자 인기 끌어

입력 : 2019.04.03 03:00

주꾸미

'봄 주꾸미,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꾸미는 봄을 대표하는 제철 음식입니다. 흔히 주꾸미 머리라고 부르는 둥그런 부분이 실은 몸통입니다. 5월 산란기를 앞두고 봄이면 주꾸미 몸통에 알이 가득 차오르는데 이게 별미입니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영락없이 찹쌀 같지요. 봄 주꾸미는 대체하기 어려운 알 먹는 재미를 알려줍니다.

주꾸미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본래 주꾸미는 그다지 즐겨 먹는 해산물이 아니었습니다. 낙지 인기에 밀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찾아보기도 어려웠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춘궁기 서해안 어촌 사람들이나 가끔 먹었습니다. 주꾸미가 봄 대표 먹을거리로 바뀐 건 1990년대 중반쯤부터입니다. 산업화와 부동산 개발 등으로 서해 연안 갯벌이 심각하게 오염되면서 깨끗한 갯벌에서 사는 낙지가 크게 줄었어요. 낙지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고요.

낙지를 먹기에는 주머니가 가벼웠던 서민들이 저렴한 주꾸미로 젓가락을 돌렸습니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낙지 대신 주꾸미'랄까요. 낙지 대신이라지만 영양분은 풍부하죠. 지방 함량이 1%도 되지 않지만 몸에 좋은 아미노산이 풍부한 식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리법도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엔 주꾸미를 회로 먹거나 끓는 물에 데쳐 초고추장이나 찍어 먹었어요. 이제는 샤부샤부·볶음·전골·무침으로 다양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회나 샤부샤부로 먹어야 주꾸미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들 합니다. 회는 주꾸미를 잘게 썰어서 다진 마늘, 풋고추, 당근 등과 함께 버무려 참기름과 소금에 찍어 먹고, 샤부샤부는 뜨거운 물에 주꾸미를 넣고 여덟 다리가 꽃이 피듯 활짝 퍼지고 황갈색이던 몸 빛깔이 선홍빛으로 바뀌면 건져서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요.

낙지 대신 주꾸미였지만, 이젠 주꾸미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거든요. 지난 2007년 6828t이던 주꾸미 어획량은 2016년 2058t까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올봄에는 주꾸미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 듯합니다. 정부가 주꾸미를 '회복 대상종'에 포함하며 5~8월 금어기(禁漁期)를 설정해 주꾸미를 못 잡게 했던 것이 효과를 봤답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