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배면뛰기·트리플 악셀 개발해도 저작권료 못받아… 명예로 보상받죠
입력 : 2019.04.02 03:00
스포츠 저작권
지난달 2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종목별 월드컵에서 양학선(27) 선수가 도마 종목 금메달을 땄어요. 자신의 이름을 딴 '양1'이란 고난도 기술을 성공한 덕분이었죠. 양 선수는 이 기술로 2012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체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땄지요.
스포츠에는 선수 이름이 붙은 기술이 많아요. 흔히 '배면뛰기'로 불리는 포스베리 플롭(딕 포스베리·높이뛰기), 크루이프 턴(요한 크루이프·축구), 악셀 점프(악셀 파울센·피겨스케이트)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선수가 이런 신기술에 '지식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스포츠에는 선수 이름이 붙은 기술이 많아요. 흔히 '배면뛰기'로 불리는 포스베리 플롭(딕 포스베리·높이뛰기), 크루이프 턴(요한 크루이프·축구), 악셀 점프(악셀 파울센·피겨스케이트)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선수가 이런 신기술에 '지식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 ▲ 딕 포스베리가 1967년 배를 하늘로 향하고 높이뛰기를 하는 모습. 그는 '포스베리 플롭(배면뛰기)'을 개발해 1968년 멕시코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을 땁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마 현실적인 이유가 클 거예요. 뛰어난 기술을 특정인이나 특정팀이 독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저작권을 가진 선수만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면, 체조 같은 채점형 시합에서는 매번 우승자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대회가 열릴 거예요.
만약 선수가 어떤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자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가정해볼까요? 그럼 피겨스케이트 선수들이 더블 악셀, 트리플 악셀 점프를 뛸 때마다 사용료를 내야 할 거예요.
저작권을 인정해 다른 사람은 그 기술을 못 쓰게 가로막았다간, 스포츠 전체의 발전을 늦출 위험도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배를 하늘로 향하고 뛰는 포스베리 플롭입니다. 미국 출신 포스베리는 이 기술로 1968년 멕시코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을 땁니다. 그때까지 높이뛰기는 앞을 보고 도약하는 가위 뛰기나 배를 땅으로 향하고 뛰는 엎드려 뛰기가 대세였어요. 그런데 포스베리가 상식을 깨트리는 자세로 좋은 성적을 냈죠. 1976년 이후 세계신기록은 이 동작으로만 나왔어요. 만약 포스베리가 특허권이나 저작권을 행사했다면 높이뛰기 세계신기록이 이만큼 빠르게 깨지지 않았겠지요.
물론 지식 재산권을 인정하자는 목소리도 있어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선수와 코치가 노력을 기울였으니 보상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은 특허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도 있고요. 다만 아직은 그에 반대하는 입장이 더 강합니다. 돈과 직결되는 지식 재산권을 주기보다, '명예'라는 간접적 보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죠. '양1'처럼 그 기술을 만든 선수 이름을 기술 이름으로 붙여주면, 당사자는 세계 스포츠계에서 권위를 인정받아요. 그를 바탕으로 기업 광고나 후원을 받을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