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매일 암석 100t 날아와도 지표면 잠잠… 대기권이 막아줘요

입력 : 2019.03.28 03:00

[우주 암석]
작년 베링해 상공서 우주 암석 폭발… 히로시마 원폭의 10배지만 피해 없어
우주 떠있던 암석, 지구 중력에 끌려 대기권 진입 후 타거나 폭발해 없어져

지난해 12월 18일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 바다 상공 25㎞에서 무게가 1400t인 우주 암석이 폭발했어요. 폭발 규모가 1945년 히로시마에서 터졌던 원자폭탄보다 10배나 컸다고 해요. 최근 30년 사이에 기록된 우주 암석 폭발 중 둘째 규모입니다.

지구 표면에 사는 우리는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지난 19일 미국 군사위성이 촬영한 사진이 공개된 뒤에야 뒤늦게 알았어요.

사실 지구는 별의 부스러기 사이를 헤엄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혜성이나 소행성은 부스러기를 남기거든요. 지구는 태양을 도는 과정에서 이런 부스러기가 남아 있는 지역을 지나가요. 이때 우주공간에 떠 있던 부스러기들이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우주 암석이 하루에도 수없이 지구 곳곳에 떨어지고 있어요.

[재미있는 과학] 매일 암석 100t 날아와도 지표면 잠잠… 대기권이 막아줘요
/그래픽=안병현
이런 부스러기가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달 표면처럼 지구도 구멍투성이가 될 거예요. 사람들은 마른하늘에서 떨어지는 돌 벼락을 맞아 죽거나 다칠 테고요.

다행히 지구는 '대기'라는 보호막을 갖추고 있어요. 크고 작은 우주 암석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때 불타오르거나 폭발해 잘게 분해됩니다. 이런 현상을 화구(fireball·火球)라고 부릅니다. '불타는 공'이라는 뜻이에요.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건 우주 암석이 대기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높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이 열 때문에 암석 표면에 불이 붙고, 불이 붙은 상태에서 압력이 점점 커져서 돌덩이가 잘게 쪼개지며 폭발하는 거죠. 불꽃놀이 폭죽처럼 화구들이 쏟아지는 현상을 유성우라고 해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우리 생존에 꼭 필요한 현상입니다.

물론 대기권을 진입하면서 미처 다 타버리지 않는 거대한 우주 암석도 있어요.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은 직경이 20m에 달했어요. 공중에서 폭발할 때 태양보다 30배 밝은 빛을 냈죠. 이 폭발로 약 1200명이 다쳤어요. 섬광을 바라봤다가 눈에 화상을 입은 환자도 있고, 아파트 창문이 깨져서 다친 환자도 있어요.

1908년 시베리아 툰구스카 상공에서 일어난 우주 암석 폭발은 2150㎢(6억5037만5000평) 넓이의 원시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어요. 폭발 충격으로 꺾인 나무가 8000만 그루나 됐지요. 서울시 면적의 세 배가 넘는 땅인데, 불행 중 다행으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어요.

툰구스카에 떨어진 돌덩이는 직경이 60m가 넘었다고 해요. 이만한 돌이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 떨어졌다면 핵폭탄이 터진 것 못지않게 인명 피해가 컸을 거예요. 공룡이 멸종한 것도 직경이 12㎞에 달하는 우주 암석이 지구에 부딪친 탓이었지요.

최근 100년간 주요 폭발이 주로 러시아에서 일어났다는 건 그저 우연이에요. 실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렇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자들이 열심히 우주 암석을 감시하고 있답니다.

미우주항공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는 1998년부터 지구에 위험이 될지도 모르는 소행성과 혜성을 찾아내 감시하고 있어요. 이 연구소는 우주 암석의 궤도를 추정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을 계산해요. 우주 암석이 실제로 지구에 접근하면,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와 이탈리아 피사에 있는 근접천체역학연구소의 데이터를 비교해 오차를 검증한 뒤 대중에게 공개합니다.

연구소는 직경이 30m 이상인 암석은 지구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보고 추적하고 있어요. 2020년까지 직경이 140m가 넘는 지구 근처의 돌덩이를 90% 이상 찾아낼 계획입니다. 지금도 지구에 위협이 되는 천체는 대부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만약 어떤 우주 암석이 진짜로 지구에 부딪치려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할리우드 영화에는 우주 암석을 폭파하거나 방향을 돌리는 얘기가 나와요. 이런 기술은 현실에서도 이미 실용 가능한 단계랍니다.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2014년 진주서 우주 암석 발견… '로또 운석' 소동 일어났어요]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특별한 금메달을 수여했어요. 그보다 한 해 전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 파편을 넣은 금메달이었지요.

다만 모든 선수에게 다 준 건 아니고, 운석이 떨어진 지 만 1년 되던 2014년 2월 15일에 결승전을 치른 7개 종목 선수 10명에게만 줬습니다. 이 운석은 금보다 40배 비쌌죠.

한국에서는 한때 '로또 운석' 소동이 있었어요. 2014년 경남 진주에 운석이 떨어지자, 여러 사람이 운석 줍기에 나섰습니다. 운석을 줍기만 해도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들 했거든요.

당시 주민들은 무게 9.36㎏, 4.1㎏, 0.4㎏, 20.9㎏짜리 운석 4개를 발견했어요. 하지만 성분이 평범해, 운석의 가치가 1g당 5000원 정도에 그쳤어요.

정부가 "우리나라에 운석이 떨어지는 일이 드문 만큼 1g당 1만원씩 3억5000만원을 주고 운석 4개를 사들이겠다"고 제안했지만, 발견자들이 러시아처럼 1g당 200만원 넘는 보상비를 줘야 한다며 거부했어요.


주일우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