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81] '염치 불고'와 '염치 불구'

입력 : 2019.03.28 03:00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립니다."

우리 주위 대다수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잘못 쓰는 표현이 '염치 불구'입니다. '염치 불고'가 맞는 표현이죠.

[예쁜 말 바른 말] [81] '염치 불고'와 '염치 불구'
/그림=정서용
'염치 불고'는 '염치를 불고한다'는 말이에요. 여기에서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치거나 할 때 가지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뜻해요. '불고(不顧)'는 '돌아보지 아니함'이란 뜻이에요. 예를 들면 '체면 불고' '두려운 죽음을 불고하고 법정에 다시 들어왔다'와 같이 쓰여요.

따라서 '염치 불고'는 '체면이나 부끄러움을 돌아보지 아니하는 것'으로 염치가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부득이 염치를 돌아보지 않고 이야기하겠다는 완곡한 표현입니다. 결례될 만한 행위를 하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할 때에 쓰는 말이죠. "염치 불고하고 부탁 좀 할게" " 지갑을 잃어버려 염치 불고하고 버스를 공짜로 탔다"와 같이 씁니다.

'염치 불고'는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함'의 뜻을 가지고 있는 사자성어인 '불고염치(不顧廉恥)'에서 왔어요. 염치 불고 대신 불고염치를 써도 되죠. 예를 들면 '불고염치로 간청하다''오갈 데 없는 모녀는 불고염치하고 한 할머니를 따라갔다'와 같이요.

'염치 불구''체면 불구'로 잘못 쓰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불고(不顧) 대신 불구(不拘)가 더 익숙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불구(不拘)'를 어근으로 하여 만든 말인 '불구하다'는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잇따른 보도에도 불구하고 그 정치인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와 같이 많이 써요. 만일 '염치 불구하고'라고 쓰면 이는 체면을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아요.

예시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