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크기 10% 정도 커지고 행복 호르몬 생겨나… 뇌도 봄 타요

입력 : 2019.03.27 03:00

봄과 뇌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봄 날씨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난주 찾아온 꽃샘추위처럼 날씨는 변덕스럽기도 하지만, 햇빛의 양은 확실히 많아졌죠. 따뜻한 햇볕에 매화나 개나리도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고요.

봄이 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레요. 꽃구경하러 봄나들이 가고 싶은 생각에 들뜨곤 하죠. 찌뿌둥한 몸을 풀러, 어딘가 나가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새 학기를 맞아 새 친구들을 만나고, 이번 학기는 더 열심히 지내보겠다고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꼭 마음속 일만은 아닌가 봅니다. 봄이 되면 실제로 뇌도 바뀐다고 해요.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크기 10% 정도 커지고 행복 호르몬 생겨나… 뇌도 봄 타요
/게티이미지뱅크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뇌 호르몬인데, 분비되면 의욕을 북돋아주고 편안함을 주지요. 봄이 되면 세로토닌 분비량이 늘어납니다. 세로토닌은 날씨가 화창하고 햇볕을 받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많이 분비되거든요. 세로토닌이 많아지면 활기가 솟아요. 겨우내 처져 있던 사람도 즐거운 기분이 되곤 하지요.

세로토닌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너무 많아지면 충동적으로 행동하게도 하는데요. 봄이 설레고 싱숭생숭한 기분이 드는 것도 세로토닌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요.

세로토닌뿐 아니라 뇌의 다른 호르몬들도 봄이 되면 영향을 받아요. 빛의 양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멜라토닌이 대표적이죠. 잠이 오게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어두워져야 늘어나기 때문에 낮이 길어지는 봄철에는 분비량이 줄어들죠. 이에 따라 수면 시간이 바뀌면서 몸 컨디션도 영향을 받기도 한답니다.

봄이 찾아오자 사랑에 빠졌다는 노래들이 많지요? 대부분 동물은 실제로 봄에 사랑에 빠진다고 합니다. 봄이 되면 뇌에 있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이 늘어나는데, 생식샘이 자극되면 말 그대로 생식을 조절하는 성(性)호르몬이 작동해 행동을 바꾼다고 해요. 수컷은 더 넓은 영역을 확보하려고 해요. 암컷을 만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죠. 또 암컷 동물도 수컷 눈에 띄기 위해 평소보다 더 노력을 한다고 해요. 사람도 봄에 사랑에 빠지기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흥미롭게 봄에는 뇌 호르몬뿐 아니라 뇌의 크기 자체도 변합니다. 봄이 되면 뇌 크기가 10%가량 늘어난다고 합니다. 단단한 머리뼈는 변하지 않는데, 갑자기 뇌가 커지면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요? 겨울에 줄어들었던 뇌세포 부피가 봄이 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현상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과학자들은 자기공명영상의 뇌 사진으로 뇌의 부피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찾아냈다고 해요. 다만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아직 더 연구해봐야 해요.

계절에 따라 사람 기분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 기능이나 뇌세포 활동성도 변화한다고 밝힌 최신 연구가 많아요. 물론 이런 차이는 사람에 따라, 성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민감한 사람들은 오히려 봄에 기분 변화가 심해져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고 해요.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