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미·소 핵전쟁 위기… 전세계가 공포에 숨죽인 13일
입력 : 2019.03.27 03:00
[쿠바 미사일 위기]
지난 달, 미국이 INF 탈퇴 선언 하자
러시아 "쿠바 위기 재현될 수 있어"
미국이 오는 8월 중거리 핵전력 협정(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에서 탈퇴하겠다고 지난달 선언했어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며 반발했어요.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미국과 소련이 13일간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대치했던 사태입니다. 소련이 중남미 쿠바에 미국 대부분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설치한 게 발단이에요. 미국이 "미사일을 빼라"고 요구한 그해 10월 16일부터 소련이 한발 물러선 그달 28일까지 전 세계가 공포에 숨을 죽였죠.
◇미국 코앞에 배치된 소련 미사일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150㎞ 떨어진 섬나라예요. 1959년 쿠바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가 쿠데타를 일으켜 공산주의 정권을 세우고 미국과 국교를 끊었지요.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미국과 소련이 13일간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대치했던 사태입니다. 소련이 중남미 쿠바에 미국 대부분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설치한 게 발단이에요. 미국이 "미사일을 빼라"고 요구한 그해 10월 16일부터 소련이 한발 물러선 그달 28일까지 전 세계가 공포에 숨을 죽였죠.
◇미국 코앞에 배치된 소련 미사일
쿠바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150㎞ 떨어진 섬나라예요. 1959년 쿠바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가 쿠데타를 일으켜 공산주의 정권을 세우고 미국과 국교를 끊었지요.
- ▲ 사거리 3700㎞로 쿠바에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소련 중거리 미사일 'R-14'를 운반하는 모습입니다. 소련은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쿠바에 R-14 발사대를 설치하면서 미국을 공포에 빠지게 했죠. /위키피디아
이 일로 쿠바와 소련은 한껏 긴장합니다. 당시 미국은 소련 남쪽에 있는 터키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해 소련 전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어요. 소련은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만들어 미국을 겨누면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당시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는 "쿠바에 설치하는 무기는 방어용"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공격용 미사일과 핵탄두를 옮기면서요.
◇수도 워싱턴이 위험하다
1962년 10월 14일 쿠바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정찰기가 중거리 미사일 설치 장면을 촬영합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어요. 소련이 쿠바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8분 만에 워싱턴이 쑥밭이 될 판이었어요.
당장 전투기를 띄워 소련 미사일을 제거하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쿠바를 공격했다간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위험이 있었어요. 미국과 소련뿐 아니라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전체가 서로 핵무기를 날리는 상황이죠.
16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에 '미사일 기지 철수'를 요구했어요. 그러면서 항공모함 8척을 포함해 해군 함정 90척을 동원해 쿠바 해상을 봉쇄하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선박을 수색했지요. 러시아 선박이 추가로 미사일 부품이나 핵탄두를 반입하지 못하게 막은 거예요.
◇"둘 다 미사일을 치우자"
다행히 미국과 소련 모두 핵전쟁이 벌어지면 공멸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먼저 타협안을 내놓은 것은 소련이었어요.
흐루쇼프는 10월 28일 라디오 방송으로 "미국이 터키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철수시키면 소련도 쿠바에서 미사일을 빼겠다"고 했어요. 케네디가 이를 받아들여 쿠바 미사일 사태가 일단락됐죠.
소련은 왜 양보한 걸까요? 당시 미국은 터키에 핵 미사일 배치를 완료해 언제든 소련 전역을 공격할 수 있었어요. 반면 소련은 미국 동부 지역만 타격할 수 있는 상태였지요. 소련 지도부는 이 상황에서 미국과 충돌하는 건 이롭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이후에도 미국과 소련은 냉전이 끝날 때까지 무시무시한 군비 경쟁을 벌였어요. 그러다가 냉전 말기인 1987년 미·소가 중거리 핵전력 협정을 맺고 사거리 500~5500㎞의 중거리 핵무기를 폐기합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하겠다는 게 바로 이 협정이에요.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협정에 어긋나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어 미국만 협정을 지킬 수 없다"고 했어요. 전 세계가 다시 긴장하는 중입니다.
[쿠바 위기 때, 최초 핫라인 설치… 처음엔 전화가 아닌 팩스였죠]
'핫라인(hotline)'은 양국 정상 사이에 개설된 직통 전화를 뜻해요.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쇼프 서기장이 서로 직접 연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첫 핫라인을 만들었지요. 당시 미·소 양국이 외교라인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면 자기 의사를 상대에게 전하는 데 6시간이 걸렸어요.
오히려 라디오 방송으로 자기 뜻을 밝히는 게 더 빨랐어요. 흐루쇼프는 28일 라디오에서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할 뜻을 밝히면서 쿠바 미사일 사태가 끝났습니다.
결국 미국과 소련은 이듬해인 1963년 핫라인을 개설합니다. 다만 전화는 아니고, 초기 형태의 팩시밀리(텔레타이프)였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