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보고싶었단 말 대신 앵두 따준 할아버지 손에서 사랑을 읽어요

입력 : 2019.03.26 03:07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김혜원 글, 최승훈 그림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책 속 일러스트
/이야기꽃

사람은 꼭 입으로만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아니에요. 말이 아닌 몸짓이나 시선으로도 우리는 늘 뜻을 전하고 있어요. 말은 정확하죠. 하지만 표현에 한계가 있어요. 지극히 섬세한 감정이나 생각은 때론 말로 표현하기 어렵죠. 가령 사랑하는 마음과 같은 것이 대표적일 거예요. 사랑해서 행복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때론 사랑이 그리움과 겹쳐져 가슴이 아프거나 슬프기도 해요. 똑같이 사랑하는 마음이지만 이것을 모두 구분해서 말로 표현하기는 참 어렵죠. 그래서 지혜롭게 나이 든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눈빛에 담기도 하고, 몸짓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할머니께서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손주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여기에 포함되겠죠.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은 손을 그린 그림이 담긴 책입니다. 어떤 손은 과일을 따서 쥐고 있기도 하고, 낫이나 호미를 쥐고 있기도 해요. 흙이나 풀을 쥐고 있기도 하고요. 공통점은 모두 주름이 깊이 팬 할아버지 할머니들 손이라는 겁니다.

이 책은 몇 해 전 충남 부여군 송정마을이라는 곳에서 '그림책 마을 만들기'를 진행했을 때, 실제 이 마을 어르신들이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듣고 글과 그림을 붙여 만들었어요. '저 손으로 무엇을 했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많은 일을 했을까?' 궁금한 마음이 절로 들죠.

책에 등장하는 그림 18장은 거칠고 투박한 손을 담고 있죠. 그렇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모두 따뜻하고 다정한 사연을 담고 있죠. 입으로 하는 말보다 깊은 뜻을 손이 전달해줍니다. 말 못 하는 손일 뿐인데도요. 이 책을 읽고 나면 할머니 할아버지 손이, 부모님 손이 예전과는 달리 보일 거예요. 손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김성신·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