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눈이 머리 양 옆에 있어… 입체감·거리감 떨어진 탓이죠

입력 : 2019.03.22 03:00

새는 왜 유리창에 부딪힐까?

매년 유리창이나 투명한 방음벽 등에 부딪혀 죽는 새가 800만 마리나 된다고 최근 환경부가 발표했어요. 보통 새는 인간보다 시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하지요. 그런데 왜 이들이 유리창은 못 알아보고 부딪히게 되는 걸까요.

새는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덩치보다 눈이 매우 큰 편입니다. 그만큼 멀리 볼 수 있다고 해요. 눈이 좋기로 소문난 매는 사람보다 4~8배 더 먼 거리를 볼 수 있어요. 더 멀리 보는 눈을 가졌지만, 새들이 우리에게는 빤히 보이는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다치는 이유가 뭘까요.

새매(왼쪽), 금눈쇠올빼미.
새매(왼쪽), 금눈쇠올빼미. /게티이미지뱅크
유리창의 반사 효과 때문이에요. 유리창은 맑은 날에는 하늘이나 나무 등 주변 풍경을 거울처럼 비추죠. 새는 유리창에 반사된 모습을 마치 실제처럼 받아들인답니다. 유리창 옆에 잎이 무성한 나무가 있거나, 주위의 환경과 일체감을 주는 위치에 유리창이 있으면 착각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해요. 빌딩 유리창, 투명한 방음벽 모두 새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거죠.

눈이 좋은 새가 유리창을 못 알아보는 이유는 눈 위치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새는 눈이 머리 양옆에 붙어 있어요. 오른쪽에 있는 물체는 오른쪽 눈으로, 왼쪽에 있는 물체는 왼쪽 눈으로 봅니다(단안시). 눈이 각각 다른 곳을 볼 수 있어 시야는 넓지만 입체감, 거리감을 파악하는 기능은 떨어져요. 사람은 두 눈이 머리 앞쪽에 나란히 붙어 있어(양안시) 시야는 좁지만 물체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물체까지의 거리도 정확하게 가늠해요. 한쪽 눈을 가리면 거리 감각이 부정확해지는데, 새들은 늘 그런 상태로 하늘을 나는 겁니다. 반면 올빼미처럼 눈이 얼굴 앞쪽에 몰려 있어 양안시를 쓰는 새는 유리창에 거의 부딪히지 않아요.

새는 유리창에 비친 풍경을 나무나 하늘이라고 인식하면 그대로 날아듭니다. 뒤늦게 유리창을 알아채더라도 하늘을 나는 중에는 급히 방향을 바꾸기가 어려워 창문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아요.

새의 눈은 눈앞의 물체나 공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보다는 생존율을 높이는 방향을 우선해서 진화해왔어요. 그래서 가만히 서 있는 물체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먹잇감을 찾고, 포식자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이런 능력이 더 필요하니까요. 대신 우리가 보기에는 어처구니없는 충돌 사고를 일으키는 거지요.

새가 유리창에 충돌하는 걸 막기 위해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이 있어요.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유리창 전체에 불투명한 스티커를 붙여 반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방법을 쓰면 건물 미관을 해치게 되다 보니 반대가 크죠. 요즘에는 유리창에 가로 5㎝, 세로 10㎝ 간격으로 스티커를 붙이곤 해요. 이렇게 하면 새들이 유리창을 하늘이라고 착각하는 비율이 많이 줄어든대요.

캐나다 토론토시는 건물을 세울 때 이런 점을 감안해서 유리창마다 블라인드와 커튼을 달도록 했어요. 이렇게 했더니 유리창에 충돌하는 새들이 80% 가까이 줄었다고 해요.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