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80] '아귀'와 '아구'

입력 : 2019.03.21 03:03

* 물텀벙은 (아구, 아귀)의 다른 이름이에요.

* 우리 동네에 유명한 (아구찜, 아귀찜) 전문점이 있다.

위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이 '아구'와 '아구찜'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잘못입니다. 표준어는 '아귀'와 '아귀찜'입니다. 대부분 음식점이 간판이나 메뉴 등에 '아구''아구찜'으로 잘못 쓰고 있어요.

아귀는 몸길이가 60㎝ 정도로, 몸과 머리가 납작한 물고기예요. 몸의 절반을 차지하는 큰 입이 인상적이죠. 우리나라, 일본, 중국 에서 모두 잡혀요. 뱃사람들이 부르던 '아귀'의 옛말인 '물텀벙'은 워낙에 못생겨서 잡히면 물에 바로 버렸는데, 그때 '텀벙' 소리가 났다는 데서 유래했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표준어가 아닌 '아구'가 더 널리 쓰이는 것은 언중(言衆)이 소라 종류인 '고둥'을 발음이 편한 '고동'으로 부르는 현상과 비슷해요. 이중모음인 'ㅟ'보다는 단모음인 'ㅜ'가 발음하기 더 쉽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합성어인 '아구찜, 아구탕'도 흔히 사용하고 있는데, 역시 '아귀찜, 아귀탕'이 옳은 표현이랍니다.

아귀에는 물고기 이름 말고 다른 뜻도 몇 가지 있어요.

첫째, 사물의 갈라진 부분을 뜻해요. 예를 들면 '장식장의 문짝이 아귀가 잘 맞지 않아 여닫을 때마다 덜컹거린다'와 같이 쓰여요. '아귀가 맞다''아귀를 맞추다'라는 관용구도 많이 쓰여요.

둘째, 계율을 어기거나 탐욕을 부려 아귀도에 떨어진 귀신을 뜻하는 불교 용어예요. 몸이 앙상하게 마르고 배가 엄청나게 큰데, 목구멍이 바늘구멍 같아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늘 굶주린다고 해요. 여기에서 유래한 말이 '아귀다툼'이에요. '각자 자기의 욕심을 채우고자 서로 헐뜯고 기를 쓰며 다투는 일'을 뜻하죠. 예를 들면 '새치기를 하는 사람과 줄을 선 사람의 아귀다툼이 그치지 않았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예시〉

―요즘 제철인 아귀를 사서 아귀찜을 만들어 먹었다.

―그의 이야기는 앞뒤 아귀가 잘 맞아.

―'먹기는 아귀같이 먹고 일은 장승같이 한다'는 속담은 많이 먹기만 하고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이익에 집착해 아귀다툼하는 정치인보다 민의를 중시하는 정치인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현대인들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 아귀다툼하고 있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