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치매 일으키는 알츠하이머, 뇌에 毒 쌓아 세포 망가트려요

입력 : 2019.03.20 03:00

치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치매'는 누구나 들어본 익숙한 단어가 됐지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치매는 한 가지 질병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뇌 기능이 떨어져서 이전에는 잘했던 일을 하기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해요. 흔히 알려진 것처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기억력이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아도 성격이 변하거나 판단력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좋아하던 일이나 취미 생활에 흥미를 잃기도 하고요.

흔히 '치매에 걸린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부정확한 표현이에요. 치매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병에 걸리거나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거지요. 치매에 걸렸다는 표현은 "기침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 같은 어색한 표현입니다. 폐결핵, 폐암, 독감, 감기 등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기침'인 거지요.

치매 일으키는 알츠하이머, 뇌에 毒 쌓아 세포 망가트려요
/게티이미지뱅크
치매 증상을 가져오는 대표적인 병이 '알츠하이머'입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쌓여 뇌세포가 망가진답니다. 이 독성 물질은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해마'에 먼저 쌓이기 시작해요. 치매가 기억력 저하와 밀접한 관련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해마 기능이 떨어지면 조금 전에 들은 이야기도 곧바로 잊기 때문에 자꾸 똑같은 질문을 하거나 고집을 부리게 되죠. 이 독성 물질은 해마뿐 아니라 뇌 전체로 퍼져 나가요. 결국 다른 뇌 기능도 약해져요. 길도 찾지 못하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참을성도 떨어지고,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몸이 기억하는 일조차도 불가능해지죠.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말고도 치매를 만드는 다양한 뇌 질환이 밝혀지고 있어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혈관이 영양을 공급하던 뇌 부위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치매 원인이 될 수 있어요. 또 이런 병에 걸리지 않아도 치매 상태처럼 기억력이 떨어지기도 해요. 뇌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뇌에는 혈관이 무척 많아요. 이런 미세한 뇌혈관이 늙으면서 막히게 되면 뇌세포는 그만큼 빨리 죽어가게 되죠.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병이 있는 사람은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혈압, 당뇨 같은 병을 앓고 있으면 뇌혈관이 빨리 늙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거든요.

뇌세포를 덜 늙게 하려면 평소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해야 해요.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말하면 뇌세포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지요. 뇌의 기억 창고가 점점 늘어나고 뇌세포들은 촘촘해진답니다.

뇌를 늙지 않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즐거운 기분으로 지내는 것이랍니다. 걱정이 많아 우울증에 걸리거나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세포도 기능을 멈춰버린답니다. 기계를 쓰지 않으면 녹스는 것처럼 뇌세포가 빨리 늙겠지요. 잠도 중요합니다. 숙면을 취할 때 뇌에 쌓인 염증 물질이나 독성 물질들이 배출되기 때문이지요.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