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이웃·가족에 따뜻하게 도움 건넸던 사람, 더 오래 살았죠
이타적인 행동과 행복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입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끊고 외톨이로 살 수 없다는 뜻이죠. 타인과 얼마나 잘 지내는지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랍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과 우리의 행복은 깊이 관련돼 있다고 해요. 사람은 자발적으로 돈을 기부할 때, 선물이나 용돈을 받을 때만큼이나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요.
◇남을 도우면 행복해져요
정말 다른 사람을 도우면 행복해질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입니다. 이 점에 대한 유명한 심리학 실험 두 가지를 소개할게요.
미국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Lyub omirsky)는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어요. A그룹은 6주 동안 한 주에 5개씩 손쉽게 할 수 있는 친절한 행동을 하게 했어요. 헌혈하기, 친구 과제 도와주기, 친척 어른 찾아뵙기, 선생님에게 감사 편지 쓰기 등이죠. B그룹 학생은 그냥 뒀고요. 실험 시작 직전에, 그리고 실험이 끝난 6주 뒤에 행복감을 재봤더니 B그룹은 행복감이 그대로였지만 친절한 행동을 했던 A그룹은 행복감이 눈에 띄게 높아져 있었어요. 연구팀은 여러 날에 걸쳐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 하루에 친절한 행동을 몰아서 할 때 더 행복감이 커졌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 ▲ 그림=박다솜
캐나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던(Dunn)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때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어요.
던은 아침에 직장인 46명을 만나 행복도를 측정한 뒤, 20달러(약 2만2000원)가 든 봉투를 나눠주며 그날 오후 5시까지 돈을 쓰라고 했어요. 단, A그룹엔 "자신을 위해 쓰라"고, B그룹엔 "다른 사람을 위해 쓰라"고 했죠. A그룹은 이 돈으로 세금도 내고,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도 샀어요. B그룹은 그 돈으로 다른 사람 선물을 사주거나 기부를 했고요. 나중에 행복도를 다시 측정해 보니, 자신을 위해 돈을 사용한 A그룹보다 타인을 위해 돈을 사용한 B그룹이 더 행복해했어요.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수명 늘어나
친절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요. 사람은 도움을 받을 때보다 도움을 줄 때 만족감을 크게 느끼고, 불평불만도 줄어든답니다. 류보머스키의 2008년 연구를 보면,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감과 불안 수준은 낮고 미래에 대해선 더 희망적이라고 해요. 또 자신의 문제에 신경 쓰기보다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고요.
이타적인 행동을 할수록 수명이 길어진다는 연구도 있어요. 미국 심리학자 스테파니 브라운(Brown)은 배우자, 이웃,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를 먼저 건네고,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더 오래 산다는 걸 밝혀냈어요.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자신감이 늘고 스트레스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자발적으로 도와야 효과적
남을 도울 때 명심할 것이 있어요. 독일 학자 요헨 게바우에르(Gebauer)는 2008년 연구에서 "자발적으로 남을 도와야 자존감과 행복감이 높아지지, 의무감으로 도와선 효과가 없다"고 했어요.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면서 남을 도와도 마찬가지로 효과가 없다고 해요.
사소한 일도 괜찮아요. 내가 행복해지면 주변 사람들에게 더 너그럽게 대하게 되죠. 이런 식으로 행복이 잔물결처럼 잔잔하게 퍼져 안전하고 따뜻한 공동체 사회가 되는 것 아닐까요? 오늘부터 주위에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건 어떨까요?
☞이타적인 행동과 행복은 함께 성장하는 사이예요
혹시 이타적인 행동을 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이미 행복한 사람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연구 결과를 보면, 행복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돕는 데 더 관심이 많다고 해요. 행복한 사람은 친절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높고, 많은 시간과 돈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한다고 하지요.
사실 행복과 이타적인 행동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관계랍니다. 즉,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행복해지고, 행복하면 이타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되지요. 중요한 사실은 이 둘이 서로 협력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