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숲 속 '보이지 않는 길' 찾아봐… 산양의 바위길, 벌의 꽃향기길

입력 : 2019.03.15 03:07

숲에는 길이 많아요 -박경화 글, 김진화 그림

봄이 오고 있어요. 나무엔 새잎이 나기 시작하고 있고요, 숲도 조금씩 푸르러져요. 길을 따라 봄의 숲으로 한번 들어가 가볼까요? 봄이 오는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숲길은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나 사람이 걷는 길과는 무척 다르게 생겼어요. 그래서 숲을 찾아가 산책을 하고 싶다면 꼭 미리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어요. '숲에는 길이 많아요'예요. 가만히 보니 제목이 조금 이상하네요. 숲에는 보통 오솔길 한두 개밖엔 없잖아요? 그런데 길이 많다니요?

책 속 일러스트
/창비

이 책을 쓴 박경화 작가는 '숲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길들이 아주 많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높은 나뭇가지들과 그 가지 사이에도 길이 놓여 있으니 고개를 들고 봐야 한다고 해요. '나무 위의 길'은 바로 다람쥐들의 길이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길들은 또 있어요. 산양은 '울퉁불퉁 바위길'로 다니죠. 꿀벌이 다니는 길은 공중에 있고요. 그런데 이 길은 아무리 열심히 보아도 눈으로는 볼 수 없어요. 왜냐면 꽃으로부터 나온 향기가 바람에 흘러가면서 만들어진 길이니까요. 어쩌면 냄새를 기막히게 맡는 친구는 눈을 감고 꿀벌의 길을 찾아낼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숲 속 친구들의 길을 찾아내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길을 직접 걸어봐도 될까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위험해요. 자동차를 위한 길이니까요. 마찬가지로 동물들이 다니는 길에 우리가 무작정 들어가면 동물이나 우리 중 누군가가 다칠 수 있겠죠. 책은 때로는 이들의 길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예의이고 존중이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김성신·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