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추운 겨울 이겨낸 봄나물… 강인한 생명력에 '민초'로 비유되기도
냉이
냉이는 오염이 심한 도로의 블록 틈새, 도심의 공원길 같은 곳 어디에서든 쉽게 자라나죠. 어떤 환경에도 적응해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 지천으로 깔린 식물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황새냉이, 말냉이, 나도냉이 등 수십 종의 냉이류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어디서나 잘 자라다 보니 냉이를 먹을 때는 깨끗한 산과 밭에서 자란 냉이를 골라 적당량 먹는 것이 좋아요.
- ▲ 냉이는 장미꽃을 닮은 로제트 형태로 땅에 달라붙어 겨울 추위를 견뎌내요. /위키피디아
냉이가 이렇게 생명력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냉이에게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전략이 있기 때문이에요. '로제트' 형태라고 하죠. 겨울철 냉이는 땅에 붙은 듯한 짧은 줄기에 잎이 수십 개씩 뻗어 나와 전체적으로 원형으로 보여요. 잎의 모양이 장미꽃을 떠올리게 해 로제트라는 이름이 붙었죠. 잎이 여리더라도 로제트 형태로 햇살을 많이 받고, 지열로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어 겨울나기에 유리하답니다. 냉이는 봄나물로 즐겨 먹으니 봄에 싹을 틔울 것 같지만, 지난가을에 로제트 형태로 자라나서 추운 겨울을 버텨낸 거랍니다. 겨울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 보였는지 냉이꽃은 '민초(民草)'로 비유되며 시와 그림 같은 예술 작품의 소재로 쓰이기도 하죠.
곧 날이 조금 더 따뜻해지면 냉이는 가느다란 꽃대를 어른 무릎보다 조금 낮은 높이까지 올리고 하얀색 작은 꽃을 피워낼 거예요. 꽃이 피면 냉이 맛은 떨어지지만, 생명력은 더욱 강해진답니다. 꽃이 지면 하트 모양의 열매가 셀 수 없이 많이 맺힐 거예요. 지갑처럼 열리는 이 열매 속에는 작고 동그란 씨앗이 가득 들어 있어요. 이렇게 1년에 세 번 열매를 맺으며 냉이는 산과 들판으로 퍼져 나간답니다.
3월에는 맛있는 냉이를 맛볼 수 있어요. 냉이로 된장국을 끓여 보세요. 뿌리까지 살살 캐낸 냉이를 물에 여러 번 헹구고 불려 흙을 떨어낸 뒤 숭덩숭덩 썰어 넣으면 고소하면서도 쌉쌀한 냉이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아르기닌, 알라닌, 글리신과 같은 여러 가지 아미노산을 가진 냉이는 예로부터 봄철 입맛을 돋우는 식재료이자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약으로도 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