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79] '벌리다'와 '벌이다'

입력 : 2019.03.14 03:00 | 수정 : 2019.03.15 10:15
* 독도 경비대원들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두 팔을 힘껏 (벌려, 벌여) 만세 삼창을 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 늑장·지연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농성을 (벌린, 벌인) 지 몇 시간이 지났다.

위 예시문에 맞는 말은 각각 무엇인지 골라 보세요. 정답은 '벌려, 벌인'이에요. 사람들이 자주 혼동하는 '벌리다'와 '벌이다'의 차이를 알아볼까요?

[예쁜 말 바른 말] [79] '벌리다'와 '벌이다'
/그림=정서용
먼저 '벌리다'는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한다'는 뜻이 있어요. '줄 간격을 벌리다'와 같이요. 둘째로는 '껍질 따위를 열어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는 뜻인데, 예를 들면 '생선의 배를 갈라 벌리다'와 같이 쓰이지요. 셋째,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는 뜻으로 '자루를 벌리다'와 같이 쓰지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는 관용구는 '몹시 감탄하거나 어이없어하다' '한번 시작한 이야기를 그치지 못하다'는 두 가지 뜻으로 쓰여요.

다음으로 '벌이다'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놓다'는 뜻이 있어요. '잔치를 벌이다'가 대표적인 예시죠. 둘째, '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놓다'는 뜻이 있어요. '장기판을 벌이다, 투전판을 벌이다'와 같이 써요. 셋째,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책상 위에 책을 어지럽게 벌여 두고 공부를 한다'와 같이요. 넷째, '가게를 차리다'는 뜻이 있어요. 다섯째로는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는 뜻도 있죠.

벌이다와 관련된 관용구로는 '벌여 놓은 굿판'이 있는데, 이는 '이미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처지의 일을 이르는 말'이랍니다. '벌이다'를 전남과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벌리다'로 쓰고 있어서 헷갈리기 쉬워요. 또 북한에서는 '벌이다'가 아니라 '벌리다'가 표준어라고 해요.

예시
♣ 바로잡습니다

▲13일 A28면 '예쁜 말 바른 말' 코너에 실린 예문 "내 동생은 책상 위에 책들을 쭉 벌려 놓았다"에서 '벌려'는 '벌여'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책을 펼쳐놓는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벌려'도 맞지만, 본문과 예문에서처럼 늘어놓는다는 뜻일 때는 '벌여'로 써야 맞습니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