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초미세 먼지, '철통 보안' 뇌 방어막까지 뚫고 들어간대요

입력 : 2019.03.13 03:05

뇌 혈류 장벽

최근 맑은 하늘 보기가 무척 어려워졌지요. 지난주 초반에는 최악의 초미세 먼지가 찾아왔죠. 미세 먼지를 마시면 건강에 해로우니 다들 걱정이 많은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큰 먼지는 코로 들이마실 때 코털을 통해 걸러져요. 폐로 간다고 해도 폐 세포의 미세 거름막에서 걸러낼 수 있고요. 하지만 초미세 먼지는 너무 작아서 우리 몸이 채 걸러내지 못하고 몸속 혈액까지 들어오기 쉬워요.

혈액이 다니는 통로인 혈관은 온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수로(水路·물길)와 비슷해요. 혈액으로 들어온 미세 먼지는 이 수로를 타고 우리 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특히 혈액이 많이 거쳐 가는 폐와 심장이 직격타를 받아요. 심장병이 늘고, 천식 같은 폐 질환이 악화할 수 있어요.
초미세 먼지는 혈관을 따라 뇌로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미세 먼지가 심하면 마스크를 써야 해요.
초미세 먼지는 혈관을 따라 뇌로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미세 먼지가 심하면 마스크를 써야 해요. /신현종 기자
그런데 피가 많이 가는 대표적인 곳이 또 있어요. 바로 뇌입니다. 뇌는 어떤 신체 장기보다 혈액이 많이 가는 곳이에요. 그래서 뇌혈관은 특별한 보호막으로 자신을 보호합니다. 뇌는 모든 신경을 통제하고 장기들의 상태를 조절하는 중앙 기관이니까 더 철통 보안을 하는 것이죠.

이 방어막을 '뇌 혈류 장벽(Blood Brain Barrier)'이라고 불러요. 뇌 혈류 장벽은 뇌로 들어오는 혈액을 검열합니다. 장벽들끼리 서로 신호를 전달하면서 아무 물질이나 들어올 수 없게, 알아서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뇌세포 활동에 필수적인 열량인 포도당이나 산소처럼 꼭 필요한 물질은 들어오게 하고, 나쁜 물질은 막는답니다. 그래서 뇌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쉽게 들어올 수 없어요.

그런데 미세 먼지가 특히 뇌에 나쁜 이유는 이런 방어막까지 뚫고 뇌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심하면 뇌혈관에 문제를 일으켜 뇌졸중 원인이 되기도 해요. 뇌 혈류 장벽 자체를 망가뜨리기도 하고요. 미세 먼지 때문에 뇌 혈류 장벽에 염증이 생겨 고장 나는 거예요. 그러면 뇌 혈류 장벽이 그동안 방어해 온 다른 많은 독성 물질도 뇌 속으로 들어가 버려요.

또 미세 먼지는 냄새를 맡는 코 점막 세포를 통해 직접 뇌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해요. 코의 후각 세포에는 뇌 혈류 장벽을 통과하지 않고 바로 뇌로 연결되는 직통 경로가 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미세 먼지를 많이 마시면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오랜 기간 미세 먼지를 많이 마시면 우울증이나 치매 같은 병이 생길 수 있다고 해요. 뇌가 취약한 어린이와 노인은 특히 미세 먼지를 많이 마시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해요. 임신부도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태아의 뇌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나해란·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