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새먼의 국제뉴스 따라잡기] 인터뷰 허용 않는 북한, 세계 기자들 초조하게 했어요

입력 : 2019.03.08 03:09

국제 회의·회담 미디어 취재 경쟁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 회담이 열렸어요. 전 세계 미디어가 취재 경쟁을 벌였죠. 저도 다른 많은 기자처럼 하노이에 출장 갔다 막 돌아왔답니다. 글로벌 미디어는 미·북 회담처럼 큰 국제적인 행사를 어떻게 취재하는 걸까요?

◇정보가 모이는 곳, '미디어센터'

이번 미·북 회담에 맞춰 베트남 정부와 한국 정부가 각각 하노이 시내에 '국제미디어센터'를 마련했어요. 기자들이 취재도 하고 기사도 쓰는 거대한 '기자실'이죠. 책상, 와이파이,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폰을 충전할 전원, 거대한 LED 스크린을 갖춘 업무 공간입니다. 두 곳 모두 회담 전에 미리 기자들에게 온라인으로 사전 등록을 받았어요.

베트남 정부는 자국 미디어센터에 하노이 관광 정보를 담은 책자와 간식을 푸짐하게 준비했어요. 기자들이 무엇보다 반긴 건 커피였어요. 베트남은 연유에 타 먹는 '카페 수어다'라는 커피가 유명해요. 커피에 달걀을 퐁 빠뜨린 '카페 쭝'도 맛있답니다.

한국 정부가 마련한 미디어센터는 간식이나 현지 명물 커피는 없었어요. 하지만 일하기엔 훨씬 좋은 환경이었죠. LED 스크린도, 오디오 품질도 탁월했어요. 수많은 전문가가 센터 안에 북적거려서, 기사 쓰다가 코멘트를 따러 달려가기도 편했고요.

지난달 27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국제미디어센터’ 모습이에요. 전 세계 기자들이 대형 스크린 아래에서 치열하게 취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국제미디어센터’ 모습이에요. 전 세계 기자들이 대형 스크린 아래에서 치열하게 취재하고 있습니다. /오종찬 기자
하지만 모든 정상회담을 다 이렇게 미디어센터에서 취재하진 않아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올림픽 같은 초대형 국제적인 행사를 취재할 때는 굉장히 고생할 때가 많아요. G20 정상회의의 경우 수많은 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요. 뉴스 메이커들이 여기저기 출몰하기 때문에, 그들이 언제 어느 회의장에 들어서고 나가는지 미리 파악해 신속하게 따라다니며 문턱을 가로막고 질문을 쏟아내야 해요. 회의마다 복잡한 논의가 오가기 때문에 정세를 잘 알아야 해요.

올림픽 취재도 비슷해요. 세계 각국 기자들이 셔틀버스와 대중교통을 갈아타며 수많은 경기장을 뛰어다니고, 편집국에서 날아오는 기사 지시에 맞춰 마감 시간 안에 선수와 코치를 인터뷰해 보도합니다.

◇미·북 회담은 특이한 회담

다만 미·북 회담과 남북 회담은 다른 국제 회담과 달리 특이해요. 저는 남북 회담을 네 차례 취재했어요. 2007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회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세 차례 회담이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은 지난번 싱가포르 회담과 이번 하노이 회담을 모두 취재했고요.

수많은 뉴스 메이커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다른 회담들과 달리, 미·북 회담과 남북 회담 때는 지켜봐야 할 사람이 딱 두 명이에요. 한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혹은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지요. 이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요.

문제는 북한이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 거예요. 김정은을 태운 차량 행렬이 스쿠터로 북적대는 하노이 거리를 뚫고 가는 장면을 코앞에서 지켜봤지만, 북한이 개최한 기자회견 때가 아니면 북한 관리들에게 자유롭게 질문할 수 없었어요. 미국도, 미국에서부터 따라온 백악관 담당 기자들만 미국 협상팀에 접근할 수 있게 허용했고요.

이렇듯 취재에 제약이 많다 보니 많은 기자가 미디어센터에서 초조하게 대형 스크린을 바라봐야 했어요. 그래서 미·북 협상이 갑작스럽게 결렬됐을 때 모두 놀라고 스트레스를 받았죠. 북한이 한밤중에 예고도 없이 돌발 기자회견을 했을 때도 그랬고요. 마감을 마친 뒤 하노이 곳곳으로 흩어졌던 기자들이 밥 먹다 말고, 술 한잔하다 말고 부랴부랴 기자회견장으로 달려갔지요. 수많은 일본 기자와 서양 기자가 회견장에 못 들어가 비를 맞으며 발을 굴렀지요.

하지만 이런 취재엔 묘미가 있어요. 북핵 문제는 세계적인 관심사라 각국에서 기자들이 와요. 방콕, 홍콩, 런던, 서울에서 날아온 다른 나라, 다른 회사 기자들과 마주치지요. 또 미·북 회담 무대가 된 하노이는 아주 아름다운 도시였어요. 도쿄, 서울, 싱가포르처럼 거대한 유리 건물이 솟은 현대적인 도시는 아니지만 오래된 식민지 시대 건물과 베트남 전통 건물이 어울려 독특한 정취가 있죠. 택시 운전사부터 외무차관까지, 베트남 사람들은 친절하고 유쾌하게 외국 기자들을 맞아줬어요.

이번 미·북 회담은 북핵 문제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다 보여줬어요. 밝은 면은 북한과 미국이 둘 다 '빅 딜'을 기대했다는 점이에요. 양쪽 모두 현실을 바꾸자는 의지가 있는 겁니다. 어두운 면은 그런 빅 딜에 실패했다는 점이죠. 한국 정부는 그동안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고 공들였어요.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해 국제사회가 제재를 풀지 않는 한, 대북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불가능해요. 앞으로 미·북 관계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앤드루 새먼·아시아타임스 동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