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40m까지 자라는 '거인 나무'… 제주서 꽃가루 알레르기 일으켰죠

입력 : 2019.03.01 03:05

삼나무

머리 위로 하늘이 아득히 보일 만큼 키가 크고 곧게 자라는 나무가 무리 지어 있어요. 바로 삼나무입니다. 삼나무는 오랜 시간 한곳에서 높게는 40m까지, 밑동 둘레는 크게는 3~4m까지 자라는 침엽수입니다. 세로로 촘촘히 갈라진 붉은색 나무껍질, 짧고 뾰족한 잎사귀가 빽빽하게 모여 도깨비방망이처럼 보이는 것도 특징이죠. 삼나무는 무리를 이루며 자라 주변과 확연히 구분되는 높고 큰 숲을 이뤄요.

삼나무 잎에 물이 통통하게 오르는 이른 봄이면, 삼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즐겨 보세요. 일본 규슈지방이 원산지인 삼나무는 연평균 기온이 높은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요. 우리나라 남부 지리산이나 제주도 한라산 등에서 삼나무 숲을 만날 수 있어요. 한반도에서는 1920년대와 1980년대 곧게 뻗은 고급 목재를 생산하거나 해안가의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해 남부지방과 울릉도 등지에 많이 심었어요.
제주도 절물휴양림에 있는 삼나무 숲. 천년 이상 자란 삼나무는 밑동 둘레가 4m까지도 자란대요.
제주도 절물휴양림에 있는 삼나무 숲. 천년 이상 자란 삼나무는 밑동 둘레가 4m까지도 자란대요. /최새미
삼나무 숲에 들어가면 신비로운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높은 나무 사이로 하늘이 아득하게 보여요. 나무껍질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 있지요.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갑자기 코끝에 상쾌한 향기가 밀려 들어와요. 도시 속 미세 먼지와 소음에 지쳤던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며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하지요. 시원한 아침 공기와 함께라면 산책이 더욱 상쾌할 거예요.

삼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이죠. 숲속 나무는 잎 뒤의 숨구멍인 '기공'을 통해 수증기 형태로 피톤치드를 배출해요. 피톤치드는 공기에 잘 퍼지는 휘발성 물질로, 독특한 냄새를 만들거나 살균 작용을 하는 화학 성분을 통틀어 가리킨답니다. 피톤치드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에서 특히 많이 나오는데요, 이 중에 키가 크고 곧게 자라 빽빽한 숲을 이루기 쉬운 삼나무 숲에서 피톤치드를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그런데 너무 빽빽하게 조성된 삼나무 숲이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해요. 삼나무 숲은 바닥에 햇빛이 들지 않아 키 작은 식물이 살기가 어려워지죠. 그 결과 생태계가 단조로워지는 경우가 있어요.

또 삼나무는 꽃가루를 많이 내보낸답니다. 삼나무에 달린 쌀알 크기의 꽃 한 송이는 약 1만3000개의 화분을 만들어 날려 보내요. 일본인들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 면적의 40% 이상에 삼나무를 심었을 정도로 삼나무를 사랑하는데요. 이렇게 삼나무 개체 수가 증가하자 2000년 넘어서는 매년 3월 삼나무가 봄철에 꽃가루를 날릴 때면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대요. 우리나라에서는 삼나무 8700만 그루가 심어진 제주에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요.



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