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최의창의 스포츠 인문학] 마이클 조던 아들도, 펠레 아들도 스포츠스타 되진 못했죠

입력 : 2019.02.26 03:05

스포츠와 유전

지난 1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019호주오픈' 대회에서 미국의 넬리 코르다(20)가 우승했어요. 언니인 제시카 코르다도 2012년 같은 대회에서 우승했었죠. 이뿐만 아닙니다. 아버지 페트르 코르다는 1998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우승자고, 남동생 세바스티안 코르다는 작년 호주오픈 테니스 주니어단식에서 우승했어요.

코르다 가족처럼 한 명도 아니고 자식 세 명이 모두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우연으로 보기 어려워요. 우리 속담에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지요. 운동 실력 같은 재능은 유전적 요인이 크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입니다. 한국에서도 차범근 감독의 아들 차두리가 대표적인 '부전자전' 운동선수였죠. 스포츠 재능은 역시 타고나는 걸까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왼쪽 사진)의 아들 제프리 조던도 농구 선수였어요. 그렇지만 프로 데뷔에는 실패합니다. 유전자만 좋다고 뛰어난 운동선수가 되지는 않아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왼쪽 사진)의 아들 제프리 조던도 농구 선수였어요. 그렇지만 프로 데뷔에는 실패합니다. 유전자만 좋다고 뛰어난 운동선수가 되지는 않아요. /게티이미지코리아

학자들은 스포츠에 유리한 키, 골격근계 구성, 최대산소섭취량은 유전적으로 타고난다고 말합니다. 신장은 배구, 농구 같은 운동에서 필수적이고, 역시 타고나는 최대산소섭취량은 마라톤 등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합니다. 골격근계 구성은 레슬링, 역도처럼 근력을 위주로 하는 스포츠를 잘할 수 있도록 하고요. 예를 들어, 1960년대 3번의 올림픽에서 메달 7개를 딴 핀란드 크로스컨트리스키 선수 에로 멘튀란타는 남들보다 65%나 많은 적혈구로 산소 운반에 유리했죠.

하지만,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환경과 노력의 영향이 더욱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지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풀러턴 캠퍼스)의 캐서린 베스게이트 박사가 지난해 진행한 연구는 노력에 따라 사람 몸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52세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비교했어요. 형은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매년 참가하는 장거리달리기 마니아였고, 동생은 고등학교 때 무릎 부상을 입어 35년 가까이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어요. 둘의 신체 능력을 검사했더니, 형은 근육의 94%가 지구력 발휘에 도움이 되는 지근(遲筋)인 반면, 동생은 겨우 40%뿐이었다고 해요. 형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체중, 심박 수도 동생보다 크게 낮았어요.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지만 훈련과 노력이 차이를 만든 것이죠.

스포츠가 유전자만으로 결정됐다면 유명 선수 대다수는 '누구 아들' '누구 딸'일 겁니다. 그렇지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아들, 축구 황제 펠레의 아들이 아버지에 이어 스포츠 스타가 되지는 못했죠. 스포츠 명문가 출신이더라도 노력 없이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뜻이겠죠.

이솝우화에 실린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는 최근의 과학적 증거와 일치해요. 타고난 재능은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을 이길 수 없죠.


최의창·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