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박물관 통해 문화재 지킨 순종, 2600원에 반가사유상 구입

입력 : 2019.02.19 03:09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박물관 '제실박물관'

박원순 서울시장이 4000억원 규모의 '박물관도시 서울' 사업을 추진 중인데,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박 시장은 2016년 박물관 13곳을 추가로 세우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3곳만 문을 열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아직 문을 열지 못한 나머지 10곳 중에는 전시품이 부족해 개관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고 해요.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해 보존하고 연구하는 곳입니다. 소장한 물건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기능도 하지요.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소이다 보니 대부분의 나라가 수도에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을 두고 있어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처럼요. 서울 용산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있죠. 그런데 올해가 우리나라에 근대 박물관이 생긴 지 110주년이라는 점, 알고 계셨나요?

구한말 등장한 우리나라 첫 박물관

우리나라가 국가적 차원에서 예술품을 수집하고 보존한 건 통일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는 궁궐 안에 '천존고'라는 창고를 마련해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보관하고, '귀비고'라는 창고를 만들어 신라 여자 세오녀(細烏女)가 짠 비단을 보관했다고 해요. 정말 그런 피리나 비단이 있었는지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당시 나라에서 귀중히 여긴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있었다는 건 알 수 있지요. 다만 신라의 보물 창고가 오늘날의 박물관과 똑같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소장품을 보여주는 시설이 아니라 왕실의 보물을 보관하는 공간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박물관은 언제 어디에 생겼을까요? 1909년 창경궁에 문을 연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입니다. 제실박물관은 황실의 박물관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첫 박물관 일러스트
그림=안병현

일제의 강요와 압박에 의해 고종 황제가 물러나면서 왕세자였던 순종은 1907년 실권 없는 황제로 즉위합니다. 일제는 순종 황제를 달랜다는 명분으로 창경궁 안에 동물원·식물원과 더불어 박물관을 만듭니다.

씁쓸한 역사지만 어쨌든 황실이 우리 선열들의 예술 작품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순종은 박물관 문을 연 뒤 내실을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당시 조선 황실이 제실박물관을 채우기 위해 구입한 첫 문화재가 '청자상감 포도동자문 표주박모양 주전자'입니다. 당시 돈 950원을 주고 일본인에게 사들였어요. 지금 돈으로 따지면 약 9억원이라고 해요.

30억원 주고 산 반가사유상

1910년 일제는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하고. 이듬해에 제실박물관 이름을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으로 바꿨습니다. 창경궁에 벽돌 건물을 새로 지어 박물관 본관으로 씁니다. 여기서 '이왕가'는 대한제국이 식민지가 됐으니 더 이상 황제국이 아니라 일본 제국에 복속된 왕가라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순종은 박물관을 통해 우리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1912년 구입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이 대표적입니다. 순종은 고미술상에게 2600원(지금 돈으로 약 30억원)을 치러가며 반가사유상을 사들였다고 해요. 국보급 청자가 100원 하던 시절에 큰 결심을 한 겁니다. 덕분에 지금 우리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반가사유상을 볼 수 있게 됐지요. 이런 식으로 개관 후 약 10년 동안 1만점 넘는 문화재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왕가박물관은 해방 후인 1946년 덕수궁미술관이 됐다가 1969년 국립박물관으로 통합됐습니다. 순종이 모았던 유물 대부분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 우릴 만나고 있어요.

☞1945년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지금까지 이사만 6번 했어요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언제 생겼을까요?

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국립박물관으로 첫발을 뗍니다. 일제는 1915년 경복궁 안에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세웠는데, 광복 후 국립박물관이 이를 인수해 새롭게 문을 열었죠.

2005년 용산으로 오기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은 여섯 번 이사를 했습니다. 경복궁 옛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6·25 이후 남산 분관, 덕수궁, 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이어 경복궁으로 돌아가 그 안에서만 두 번 더 이사를 하고 용산으로 왔어요.



지호진·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