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똑똑하다" 칭찬, 어려운 문제는 피하는 역효과도 있죠

입력 : 2019.02.15 03:09 | 수정 : 2019.02.19 15:56

칭찬의 역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 들어봤지요? 칭찬은 우리의 자아 존중감(이하 자존감)을 높여주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모님이 칭찬할 때 자녀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최고의 칭찬은?

하지만 어떤 부분을 칭찬하느냐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의 연구자 에디 브루멜만(Brummelman)이 재미있는 실험을 했어요. 먼저 어른 357명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A'(자존감이 높은 아동)와 '종종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B'(자존감이 낮은 아동)에 대한 글을 읽게 했어요.

연구팀은 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는 A와 B에게 어떤 칭찬을 해주겠느냐"고 물었어요. 어른들의 칭찬은 어떻게 달랐을까요? 대부분이 자존감이 높은 아이에게는 "그림 그리느라 애썼어"라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에게는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라고 칭찬했대요. 자존감 낮은 아이에게는 그림 그리는 '능력'을, 자존감 높은 아이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데 들어간 '노력'을 칭찬했어요.

칭찬의 역설

이 실험에서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장점을 찾아주려고 노력했어요. 흔히 타고난 능력을 칭찬하면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요.

미국에서 캐럴 드웩(Dweck) 교수 연구팀은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어요. 이들에게 지능 검사를 한 뒤 A집단에는 '참 똑똑하구나'라고 지능을 칭찬했고, B집단에는 '참 열심히 했구나'라고 노력을 칭찬했어요.
칭찬의 역설 일러스트
그림=박다솜

그 뒤 아이들에게 '쉬운 문제를 풀면서 똑똑한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지'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똑똑하다는 피드백을 받은 A집단 어린이는 대부분 어려운 문제를 피해 쉬운 문제를 골랐어요. 반면 노력한다는 칭찬을 받은 B집단 어린이들은 절대다수(92%)가 어려운 문제에 도전했어요.

이어 연구자들은 A·B집단 모두에 몹시 어려운 문제를 풀도록 했어요. 노력을 칭찬받았던 B집단 아이들은 끝까지 끈기를 보였지만, 지능을 칭찬받은 A집단 아이들은 빨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마지막으로 연구자는 모두에게 맨 처음과 비슷한 난이도의 문제를 다시 풀게 했습니다. 노력을 칭찬받은 B집단은 평균 성적이 30% 올랐지만, 지능을 칭찬받은 A집단은 성적이 20% 떨어졌어요.

연구팀은 "능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에 비해 '다음 과제에서 멋진 모습을 못 보여주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실패하면 한층 무기력해진다"고 분석했어요. 그래서 A집단 어린이들이 처음보다 성적이 떨어진 거예요.

하지만 노력을 칭찬받았던 B집단 어린이들은 즐겁고 자유롭게 도전했어요. 지적 능력, 재능, 결과에 대해 칭찬하기보다 노력하는 과정에 대해 칭찬할수록 어린이들이 자신 있게 도전했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자존감 위해서는 '칭찬'보다 '격려'를

자녀의 성적이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면 꾸중하는 부모가 많죠.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학생 입장에서는 '나는 좋은 성적을 받을 때만 사랑받아. 나는 공부를 잘해야만 가치가 있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어린이의 자존감이 성적이라는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요. 이런 어린이들은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걱정합니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칭찬보다는 격려를 해줘야 합니다. 기대를 담은 칭찬보다 믿음을 담은 격려로 용기를 북돋워 주세요.

☞칭찬의 힘 보여준 '로젠탈 효과'

칭찬의 힘을 보여준 심리학 실험은 이 밖에도 많답니다. 유명한 실험 중 하나가 1968년 로버트 로젠탈(Rosenthal)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IQ 실험이에요.

로젠탈 교수는 캘리포니아주 한 초등학교 학생 모두에게 지능지수(IQ)를 측정하는 테스트를 보게 합니다. 그리고 무작위로 20%를 골라 “이 학생들은 IQ가 높다”는 거짓 정보를 전했어요.

약 8개월 뒤 ‘IQ가 높다’고 알려준 20%의 학업 능력이 나머지 학생들보다 더 높았어요. 특히 저학년일수록 효과가 컸죠. 교사의 칭찬과 기대가 아이의 성적을 끌어올린 거예요.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한 실험이랍니다.





이동귀·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