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미세 먼지 잡아먹는 특수 이끼… 도심 속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

입력 : 2019.02.01 03:00

대기오염과 식물

최근 정부가 새 학기부터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하면 단축수업·휴교를 권고하기로 했어요. 신나게 스케이트도 썰매도 타고 싶은데 언제부터인지 겨울마다 미세 먼지가 더 자주 찾아오는 것 같아요. '3한4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 먼지)'라는 말도 떠돈답니다.

미세 먼지는 입자의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인 먼지를 가리켜요. 사람 머리카락의 지름이 60㎛ 정도니까, 미세 먼지는 머리카락 지름의 6분의 1 크기인 아주 작은 입자이지요. 이 중에서도 지름이 2.5㎛ 이하인 것들은 '초미세 먼지'라고 불러요.

오른편에 서 있는 구조물이‘시티트리’입니다.
오른편에 서 있는 구조물이‘시티트리’입니다. 미세 먼지를 쉽게 흡수하는 이끼의 특성을 활용했어요. /Green City Solutions 트위터
미세 먼지는 대기오염 물질이에요. 석탄과 석유를 태울 때 나오는 아황산가스나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과 오존이나 일산화탄소 등이 대표적이죠. 이런 물질들은 서로 화학반응을 하며 형태를 바꾸고, 물과 섞여 산성비가 되기도 하며 우리에게 해를 끼쳐요.

대기오염이 생기면 사람보다도 식물이 더 큰 피해를 봐요. 식물은 잎 표면의 공기구멍인 '기공'을 통해서 산소를 빨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데요, 대기 중의 오염물질은 기공을 통해 직접 잎으로 들어갑니다. 독성을 가진 오염물질이 식물 체내로 돌입하는 셈이죠. 그 결과 반들반들한 잎 표면의 큐티클층(지방질로 만들어진 얇은 막)을 파괴하기도 하고, 잎 내부의 수분과 결합해 세포벽을 손상시키기도 하지요.

그 결과 잎 속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누렇게 변하거나 오염물질이 닿은 표면이 회색을 띠며 점점 탈수돼 바싹 말라버려요. 아주 짙은 농도의 대기오염이 발생한 뒤엔 하루 전까지는 생생했던 잎이 갑자기 툭 떨어져 버리기도 해요. 또 이파리 색이 변하는 등 가시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 식물도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더뎌지거나, 잎이 평소보다 가벼워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이끼는 다른 식물과 달리 잎 표면에 큐티클층이 없어서 오염물질을 훨씬 잘 흡수해요. 그래서 극심한 대기오염이 발생하면 까맣게 변한 채 떼죽음을 당합니다. 연구자들은 이 성질을 이용해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 있는 이끼의 화학적 구성을 분석하거나 죽은 이끼가 차지하는 면적을 계산해 환경오염의 정도를 측정한대요.

최근 독일에서는 이런 이끼 특징을 활용해 대기 질을 개선하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오염물질은 잘 빨아들이면서 오염된 환경에서도 잘 버텨내는 특수한 이끼를 골랐어요. 이 이끼를 고르게 펴서 벽처럼 만들었죠. 폭 3m, 높이 4m, 두께 2.2m의 이끼로 이뤄진 벽인 '시티트리'는 하루에 250g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하며 도시 속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고 있대요. 250g이 적은 양 같다고요? 미세 먼지 지름이 10㎛ 이하라는 걸 생각하면 아주 많은 양이거든요.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