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74] '눈곱'과 '배꼽'
* 인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인다.
밑줄 친 두 낱말 중에서 잘못된 것은 어느 것인가요? '눈꼽'입니다. '눈곱'이라고 써야 하는데, 잘못 쓴 것이지요. '눈곱'을 [눈꼽]으로 발음하고, '배꼽'과 철자가 같을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 '눈꼽'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실제로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봤어요. "찔끔찔끔 주유소 가격 8주째 '눈꼽'만큼 떨어지네" "진정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등과 같은 기사가 나오네요.
- ▲ 그림=정서용
눈곱은 '눈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액, 또는 그것이 말라붙은 것'을 뜻하지요. 눈곱의 어원을 보면 '눈'과 '곱'이 결합된 말이에요. '곱'이란 단독으로 쓰여 '부스럼이나 헌데에 끼는 고름 모양의 물질, 동물의 지방(脂肪) 또는 그것이 엉겨 굳어진 것'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이것이 눈과 붙어 '눈의 곱', 즉 '눈곱'이 된 것이지요. '눈곱이 끼다''눈곱을 떼다''세수하면서 눈곱을 닦다'와 같이 써요. 또 '아주 적거나 작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도 있어요. 예를 들면 '눈곱만큼 도와주고 큰소리치니 보기 역겹다''나는 이 일에 눈곱만큼의 미련도 없다'와 같이요.
다음으로 '배꼽'은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에 생긴 자리'를 뜻해요. '몹시 우습다'라는 뜻을 가진 관용구로 '배꼽이 빠지다'가 있죠. '배꼽을 쥐다(잡다)'는 '웃음을 참지 못하여 배를 움켜잡고 크게 웃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속담은 '커야 할 것이 더 작고 작아야 할 것이 오히려 크다'는 말로 매우 자주 쓰이고 있지요.
〈예시〉
―이른 새벽에 출발하느라 대충 눈곱만 떼고 나왔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외유성 출장은 자제해야 한다.
―겸손함은 눈곱만큼도 없는 권력 실세의 오만함이 극치에 달했다.
―눈곱을 떼려고 눈을 손으로 거칠게 비비면 안돼.
―그는 마음 씀씀이가 눈곱만 하여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할머니는 세 살배기 내 동생 덕분에 매일 배꼽 잡고 웃을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난해 아동수당 지급 건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