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통영은 굴·물메기, 마산은 대구… 지역마다 다양한 별미 넣어 먹죠

입력 : 2019.01.30 03:00

떡국

떡국은 설날 빠지지 않고 먹는 절식(節食)이죠. 색이 하얗다고 '백탕(白湯)', 떡을 넣고 끓였다고 '병탕(餠湯)'이라 부르기도 했지요.

옛날에는 떡국을 반드시 설날에만 먹지는 않았어요. 조선시대 서울 풍속을 담은 '열양세시기'(1819년)에 설 하루 전인 섣달 그믐날 떡국을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궁중에서는 한여름 복날 별식으로 먹기도 했고, 익종의 비(妃)인 조대비의 환갑을 축하하는 잔치(1868년 11월)에 참가한 악공(樂工)들에게 '수고했다'며 밤참으로 내주기도 했답니다.

'대구 떡국'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떡국은 소 양지·사태·사골 같은 재료로 흔히 국물을 내지만, 굴·닭·대구·전복·매생이 등 특색 있는 재료를 넣어 끓이는 떡국도 있어요. 경남 거제·진해·마산 등에선 생선 대구를 넣고 끓인 '대구 떡국'〈사진〉을 먹어요. 눈처럼 흰 대구 살은 씹을 틈도 없이 포슬포슬 바스러지며 쫄깃한 떡국 떡과 멋진 식감의 대비를 만들어내는 별미랍니다.

전라도에서는 '닭장 떡국'을 먹어요. 토막 낸 닭고기를 간장에 넣고 장조림 하듯 졸여 차갑게 식히면 닭 껍질과 살에 함유된 콜라겐이 빠져나와 묵처럼 굳습니다. 이걸 필요한 만큼 덜어서 물을 붓고 떡국 떡을 넣어 끓인 뒤 달걀 지단·파·김 가루 같은 고명을 얹어 냅니다.

우리나라 굴 생산 중심인 통영에선 시원한 감칠맛이 일품인 '굴 떡국'을 먹습니다. 겨울이 제철인 물메기를 큼직하게 토막 쳐 무 몇 조각과 함께 끓이는 '물메기 떡국'은 국물이 맑고 개운합니다.

충청도에는 떡국 떡 대신 쌀가루 반죽을 수제비처럼 그대로 육수에 넣어 끓이는 독특한 떡국이 있어요. 떡을 찌지 않았다고 해서 '날떡국'이란 이름이 붙었지요. 같은 의미에서 '생떡국'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다슬기를 넣고 끓인 담백한 국물에 넣어 먹어요.

한반도 이남에선 설에 떡국을 주로 먹지만, 평안도·황해도·함경도 등 이북 지역에선 만둣국을 먹지요. 이남에선 벼농사가 잘됐기에 떡을, 이북에선 밀농사가 잘됐기에 만두를 빚어 먹은 거죠. 요즘은 떡국 떡과 만두를 함께 넣어 먹는 경우가 흔한 것 같기도 해요. 떡 만둣국은 남쪽과 북쪽의 식문화가 절묘하게 융합한 일종의 '퓨전 음식'이랄 수 있겠네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